건너가는 자 - 익숙함에서 탁월함으로 얽매임에서 벗어남으로
최진석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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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가는 자>는 최고의 경전 <반야심경>의 지혜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저자 최진석은 <반야심경>의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풀어 설명하고, 붓다의 참된 가르침을 삶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현명하고 설득력있게 조언한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붓다의 철학이 진리를 먼저 알고서 그 진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밀다(건너가기)라는 구체적인 실천적 태도를 통해 공의 진리를 터득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진리를 통해 이상적 경지로 건너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건너가는 태도 그 자체가 진리라는 것. 한마디로 이 책은 반야심경의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실천에서 지혜가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내가 무아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나'에 집착하기 때문에

내가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것이 고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건너가는 자 p062



책은 양자역학의 현상과 연관지어 지금의 세상과 공명하는 점들을 비추면서 반야심경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붓다 철학의 핵심은 실상이 '공'하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에 따라 잠시 그것으로 있을 뿐이라는 것이고, 이것이 세상의 진짜 모습이다. 다양한 계기들이 잠시 얽혀 존재하면 그것이 '생겨난다'는 것이고, 그 인연이 얽힘이 풀리면 소멸, '죽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로 보면 '나'도 '세상'도 연기의 결과물일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모든 괴로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정리하면, 해석된 것, 설명된 것에서 나와 미지의 실상으로 건너가는 행위 바로 그 자체가 '앎'이고, '반야의 지혜'라는 말씀.



그렇다. 반야심경이 전하는 핵심은 세계가 인연으로 얽힌 무본질의 공이라는 것을 깨닫는 지혜다. 그러나 이것은 지식이 아닌 실천의 문제다. 안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만 지혜가 열리기 때문에. 바로 이 점이 책이 강조하는 '실천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할 이유다. 저자는 앎이 실천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실천하면 반드시 알게된다고 말한다. 어떤 특정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 보면 세상이 공임을 알게된다고. 자신의 틀이 아닌 그 상태 그대로 보면 비로소 지혜를 알게되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라는 말은 모든 것의 생산 가능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건너가는 자 p191



이 대목에서 책은 '건너가기'의 의미를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상을 짓지 않는 것이, 내려놓는 것이 세상을 등지거나, 욕망을 버리고 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야기한다.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한 것이 아니라 생기로 가득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바로 '건너가기'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마음의 안식을 위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했는데 붓다는 중생에게 제대로 사는 길을 알려주려 한 것이었다. 특정한 의미에 갇히지 않으면 세상의 진실을 볼 수 있고, 그래야 삶이 왜곡되지 않고 적극적이며 생산적일 수 있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자기만의 삶의 태도를 갖지 못해 방황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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