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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인문학 -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좋은 꿈을 꾸든, 나쁜 꿈을 꾸든 가급적 복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꿈에 의미를 두면 연연하게 될까 봐 그러면 일상이 흔들릴까 봐 두려워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뇌과학에 관심이 생기면서 꿈에 대한 관점이 조금은 달라졌다.'꿈은 그저 꿈일 뿐'이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이 왜 꿈을 꾸는지, 꿈과 심리는 어떤 관계인지, 꿈의 세계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는 건지 알고 싶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책<꿈의 인문학>은 꿈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을 알려준다. 꿈이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으며 꿈이 가진 놀라운 능력과 잠재력, 그리고 꿈꾸는 인간의 인지 능력과 창의력의 쓰임에 대해서도 다양한 예시와 자료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500페이지를 훌쩍 넘기다 보니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지만 전혀 알지 못하던 분야인 꿈의 진실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놀라웠다. 더불어 책을 가득히 채운 꿈에 대한 다양한 과학적, 인문학적, 심리학적 자료와 지식들을 보면서 저자에게 존경심과 감사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꿈은 단순히 상상의 세상이 아니다. 꿈은 불확실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꿈의 서사는 그들의 삶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책은 기이하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꿈이 유의미한 과거를 반영하고 있고, 미래에 대해 뭔가를 말해주고 있다고 확신한다. 만약 꿈이 오직 우연일 뿐이라면 꿈이 반복되거나, 이어지는 경우를 설명하기 어렵다. 또한 예지한 미래가 실제로 일어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실현되는 경우도 단순한 우연으로 덮기에는 납득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막연했던 꿈은 구체적인 근거가 생기고, 증거가 쌓여가고 있다. 일단, 대부분의 꿈은 그저 우리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나타낼 뿐이다. 그렇지만 일상에서 삶과 죽음에 관한 강력한 욕구가 있을 경우 아주 인상적인 꿈을 꿀 수 있다.
이는 깨어 있을 때 활성화되던 뉴런들이 수면중에도 재활성화 된다는 것이고, 깨어 있는 동안 습득한 기억을 재반향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수면중에, 꿈의 과정중에 과거의 기억은 재편되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잊고, 중요한 것에는 상대적 중요성을 부여한다.
"수면 중인 뇌는 매일 밤 기억을 변형하고 최선의 전략을 강화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수면과 꿈의 작용이 인류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깨어있는 동안 경험을 수집한다면 자는 동안 기억들을 분류, 정리하고 강화하며 미래를 구상하기까지 한다. 꿈은 기억의 처리 과정에서 강력한 감정과 공명하고, 욕구를 반영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시뮬레이션을 설계한다. 다시 말해, 기억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통해 일어날 일을 예상하는 것이 수면과 꿈의 역할이다. 미래의 현실을 위해 현실이 아닌 것을 불러온다는 것인데 메커니즘의 중요성은 충분히 공감되나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어렵고 막연하다. 책은 꿈 일기를 추천하는데 도전해 볼 용기가 생기지 않아 우선은 꿈속 가상세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다. 악몽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대비이니 엄숙한 경고로 여기면 될 것 같다. 좋은 꿈은 좋은 꿈대로, 나쁜 꿈은 나쁜 꿈대로 깨어있는 삶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니 도움되는 쪽으로 해석하여 받아들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