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즈의 마법사 ㅣ 클래식 리이매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올림피아 자그놀리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월
평점 :
어릴 적 나는 모험과 환상보다는 아름답고 따뜻한 동화를 더 좋아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의 마법사>처럼 현실에 있을법하지 않은 이야기는 낯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제대로 읽은 기억조차 없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조금 달라졌다. 현실이 너무 영화같아서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현실적인 세상에 살아서인지 진짜 환상적인 허구의 세계로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점점 더 삭막해져가는 마음에 상상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잊고 지냈던, 또는 점점 잃어가는 마음들을 소환하는 멋진 동화에 자꾸 이끌리게 된다.
동화가 이렇게 흥미진진할 줄이야. <오즈의 마법사>는 모험과 감동, 즐거움이 가득한 어른들이 봐도 좋을 흥미로운 동화이다. 더불어 이 책은 이탈리아 삽화가 올림피아 자그놀리의 미니멀리즘한 그림과 어우러져 더욱 현대적이며 상상력 넘치는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고 아주 쉽다. 집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강력한 토네이도로 인해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는 마법의 세상에 떨어지게 되고, 이모와 이모부가 있는 캔자스로 돌아가기 위해 '오즈'라는 마법사를 만나러 노란 에메랄드 길을 따라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 길에서 도로시는 지혜가 필요한 허수아비,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원하는 사자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모두 결핍이 있지만 서로를 도울 줄 아는 좋은 친구들이라 오즈를 찾는 길에 겪게 되는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며 우정을 나누고, 어느새 결핍을 채우고 성장하게 된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 중 가장 소중한 것이 심장임을 알게 되었어.
사랑에 빠져 있을 때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어.
하지만 심장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없어.
뇌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어. 행복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거야
<오즈의 마법사> p076, 077
마침내 힘든 여정 끝에 오즈를 만났지만, 모든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던 오즈는 나약하고 부족한 한 인간에 불과했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허무했고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니 이미 그들은 스스로 기적을 이루어냈다. 지혜를 얻고자 했던 허수아비는 수많은 경험들로 이미 지혜가 쌓였고, 심장을 잃어버린 양철 나무꾼의 마음은 충분히 따뜻했으며, 자신을 겁쟁이라 믿었던 사자는 친구들을 위해 용기를 내어 스스로 얻었다. 자신들이 부족하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들의 결핍은 성장의 불씨가 되어주었고, 시련은 그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책은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바람은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 힘은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우리는 생각보다 지혜롭고, 용감하고, 따뜻한데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는 게 아닐까. 결핍을 결핍으로 보지 않고 성장의 기회로 여길 수 있는 유연함과 마음가짐만 있다면 시련과 고난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밝고 흥미로운 동화를 통해 어느 책보다도 큰 감명을 받았다. 삶에 신선한 에너지가 필요하신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