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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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든, 나는 이 길을 가고 싶다"


헤르만 헤세의 책들을 좋아한다. 그의 인생과 철학이 온전히 담겨있어 인간적인 친밀감과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싯다르타>는 단연 최고다. 삶의 정의를 찾고자 하는 헤세의 치열한 투쟁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던지는 본원적 질문과 직접 경험하고 부딪혀봐야 한다는 깨달음의 지혜를 전해주는 너무나 애정하는 책이다.


책은 귀족가문의 총명하고 잘생긴, 모든 이들의 총애를 받는 싯다르타가 속된 현실을 벗어나 친구 고빈다와 함께 구도자의 길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고행을 통해 해탈에 이르려는 탁발승들과 함께 지내며 사색하고, 인내하고, 단식하는 것을 배우지만, 원하는 해탈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붓다 고타마를 만나면서 스스로 정진하는 게 깨달음에 이르는 길임을 깨닫고 자아를 찾기 위해 세속으로 혼자 떠난다. 처음엔 어떤 것들에도 흔들리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게으름과 쾌락에 빠지게 되고, 자신이 윤회의 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깨우치게 된다. 싯다르타는 모든 걸 버리고 강에 빠져 죽을 결심을 하지만 뱃사공 바수데바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마음의 평화를 얻고 결국 궁극의 경지, 해탈을 이룬다.


지혜란 사람들이 스스로를 발견하는 거야.

사람들은 삶을 통해 지혜를 체득할 수 있고,

지혜로 인해 행실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지혜와 더불어 기적 같은 일을 이룰 수 있어.

하지만 그걸 말하고 가르쳐 줄 수는 없는 거야.

<싯다르타> p211


헤세는 이 작품에서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것만이 자아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해 불교 사상과 조화를 이루어 진리이자 가치있는 길을 제시한다. 세상에 열려있고, 나를 포용할 때 진정한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다고 말이다. 인생은 나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내가 누군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내려면 누군가의 지식과 지혜로는 완성될 수 없고, 반드시 직접 삶을 살아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지식과 지혜는 일상과 균형을 이루었을 때에만 진정 원하는 '나'를 완성시킬 수 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것, 세상을 경멸하지 않는 것,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이로운 마음과 

경외심으로 관찰하는 것, 이런 것이야.

<싯다르타> p218


뱃사공 바수데바는 싯다르타에게 우리는 강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에도 집착하지 말고, 고통과 두려움에 머무르지 말고, 흘러가는 인생에 나를 내맡긴 채 가볍게 살라는 뜻이다. 결국 깨달음은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가르침 역시 한 번 읽는다고 해서 얻게되는 것은 아니다. 거듭 읽어 봐야 하고, 그러면서 나 자신과 마주하며 깊이 사유해 나아가야 가능할 것이다. 알듯말듯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주는, 그래서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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