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알베르 카뮈 소설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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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는 1940년대 알제리의 평범한 해안도시 오랑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별다를 것 없는 도시에 전염병인 페스트가 발생하고, 점점 더 창궐하는 가운데 도시는 폐쇄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의 주인공인 리유와 여러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처럼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카뮈의 실존주의 철학은 그 안에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믿고 있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페스트> p062



책에는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페스트와 맞서 싸운다. 주인공 리유는 의사로서, 자기가 맡은 직분을 성실히 완수한다. 재앙과 싸우는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최선이라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우연히 도시에 들어온 이방인 랑베르 기자는 연인에게도 돌아가려고 한다. 이 재앙이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행복을 찾아 도피를 선택한다. 또 다른 이방인 타루는 자신의 신념인 선을 위해 보건대를 만들어 재앙에 반항한다. 이밖에도 신이 행하는 일에 맞서지 않겠다며 침묵을 택하는 파늘루 신부, 재앙을 이용해 이득을 보고 재앙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코타루 등 재앙에 대응하는 각기 다른 방식들이 제시된다.



나는 늘 이 도시와 남이고 여러분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러나 이제 볼 대로 다 보고 나니,

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나도 이곳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이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관련된 것입니다.

<페스트> p304



하지만 재앙이 절정에 달하면서 등장인물 중 행복을 찾아 도피를 선택한 랑베르 기자는 그 행복의 실현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을 때 돌연 태도를 바꾼다.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재앙은 모든 사람에게 다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임을 알게된 것이다. 이렇게 책은 인간은 부조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수용자이지만, 인간으로서 존재가치를 잃지 않으려면 행동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인 고통이 있더라도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치열하게 살아내야 한다고 말이다.



알베르 카뮈는 이 작품에서 인간은 너무나 취약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재앙 앞에서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고, 어떻게 실존을 유지해야 할까?에 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고, 통제가능하지 않는, '부조리'한 삶이다. 따라서 '왜 이런 일이 나에게?'같은 질문은 맞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실존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성실하게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페스트>는 우리에게 부정속에도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는, 지금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꼭 읽어봐야 하는 고전중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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