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신달자 지음 / 문학사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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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나이가 무르익고 있어서일까. 지나간 과거와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여태껏 과거를 곱씹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불안과 걱정으로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속에 사느라 삶을 잃어버렸다. 중요한 건 '지금' 뿐인데 아니 '지금' 밖에 없는데 이 나이가 돼서야 또렷이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는 여타 인생의 지침서들과는 느끼는 바가 좀 다르다. 묵상집이어서 그런건지 80인생을 살아오신 여류시인의 글이어서 그런건지 저자의 축적된 경험치가 짙게 묻어있고, 아픔과 감사함이 동시에 베여있어 읽는내내 이런저런 감정들이 마구 요동쳤다. 내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낸 것 같아서, 앞으로의 시간들을 이렇게 살아내면 될 것 같아서.



1)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기

2) 미워하지 않기

3) 작은 일에 화내지 않기

4) 현재를 즐기기

5) 내일은 신에게 맡길 것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p192



이 책에서 신달자 시인은 삶은 모든 시간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인생에서 좋은 것만 취할 수는 없다. 우리는 원하지 않는 문제, 난관, 불행 등을 피할 수 없기에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가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책에는 이러한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중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인생의 태도가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와닿는 부분은 모든 걸 갈등없이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어쩌면 평생을 노력해도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내 안에 늘 존재하는 평화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는 시간들을 겸허히 인내하며 견뎌내야만, 피하지 않고 바라봐야만 어제보다 덜 불행해진 나를 볼 수 있게된다고 책은 전한다. 그래, 오늘도 잘 미쳤다, 잘 흐느꼈다. 잘 견뎠다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해간다면 은은한 기쁨이, 편안한 안정감이 조금씩 찾아올 것이라고 말이다.



인생은 요약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르고 쓰러지고 넘어져 상처투성이가 돼서야 정상에서 황홀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짐을 대신 져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자신이 철저하게 감당해야 합니다.

슬픔과 좌절과 공포, 그리고 희열을 모두 거쳐야 인생의 정점을 만나게 됩니다.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p203



책을 통해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늘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는데 기쁘고 편안하고 즐거운 일도 많았는데 트라우마, 열등감, 수치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피하느라 고달프게 살아왔다. 결국 피하지도 못할거면서 실체없는 목소리에 절절매며 길을 잃고 헤매었다. 나에게, 내 삶에 잘못했고, 이제라도 뉘우칠 수 있어 감사하다. 많은 시간들이 아쉽게 흘러갔지만 이렇게 성찰할 수 있어서 내일을 희망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나를 돌아보고 남은 생을 가볍게 한 걸음씩 내딛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찾아 헤매는 정답은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삶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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