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이야기들 중 가장 끌렸던 <생각을 바꾸니>에는 노래를 잘 못하는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노래방까지 가게되어 곤욕을 치른 경험담이 담겨있다. 그녀는 노래를 못해서 늘 노래불러야 하는 상황을 피해다녀야 했고, 어쩌다 그 상황에 놓이면 분위기 망치는 죄인이 되어 수치심과 열등감을 느꼈다고 한다. 박완서 작가도 나와 같았다니, 살면서 같은 공감을 나눈 적이 없어서 그런지 반갑다 못해 놀랍기까지 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가수도 아닌데 잘하면 어떻고 못하면 어때? 그냥 즐기면 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소심하고 자의식 강한 나에게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내가 못하는 것, 자신 없는 것은 절대 타인 앞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때마다 드는 자기혐오다. '나는 왜 노래를 못해서 부끄러워야 하는 걸까. 못하면 활발하기라도 해서 남들과 잘 어울리던가' 같은 생각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미워하게 만든다. 작가는 친구에게 '너가 노래까지 잘하면 어떡하게'라는 말에 위로를 받았다지만 나는 그녀처럼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는 수 밖에 없다.
부끄러움. 수치심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런데 나에게만은 일어나면 안 될 일이라 생각하니 힘든 것이다. 내가 뭐길래. 나 역시 허점 많은 평범한 사람이고 내 인생에도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상처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나만은 안돼!'같은 교만한 생각을 '그럴 수 있어'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엄숙하기만 한 지금의 삶도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