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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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는 유럽을 대표하는 지성 작가다. 헤르만 헤세, 카프카 등 동시대에 유명한 작가들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2000년대 이후 그의 편지와 일기들이 공개되면서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 재조명되고 있다. 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나 유복하지만 화목하지는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만성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부인과 동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수수께끼의 인물이라 불리었던 슈테판 츠바이크. 그의 사적인 삶은 상당부분 가려져있지만 그가 남긴 시와 소설들을 통해 지성인의 면모와 섬세하고 예리한 통찰력을 확실하게 발견할 수 있다.

영혼과 정신과 감정과 고통!

우리는 언제나 오만하게 이런 것들에 대해 언급하곤 하지만

저는 이들이 지극히 약하고 보잘것없고 형체 없는 것이라는 사실에 새삼 경악하곤 합니다.

정신적 고통이 최대 용량에 달했을 때조차도 괴로워하는 몸을,

만신창이가 된 몸을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은 그런 순간에도 쓰러져 죽지 않고, 계속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고통은 비겁합니다.

고통은 살고자 하는 막강한 요구 앞에서는 움찔 물러섭니다.

살고자 하는 요구는 우리의 정신 안에 있는 죽음을 향한 열망보다 더 강하게,

우리의 육신속에 뿌리내리고 있나봅니다.

<어느 여인의 24시간> P344

이 책<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주요 소설 6편을 모아 만든 단편집이다. 작가는 각각의 이야기마다 어떤 상황에 놓인 인물의 혼란스러운 내면세계를 심리분석가처럼 세밀하고 집요하게 포착하여 숨가쁘게 그려내고 있어 독자가 소설 속 인물이 겪는 주제에 깊이 빠져들어 다음 내용이 궁금해 읽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아찔한 비밀>은 사춘기소년이 어른들의 위선적인 세계와 맞닥뜨리면서 느끼는 혼란과 불안을 그려낸 작품이고, <불안>은 프로이트에게 정신분석을 배우던 시기에 쓴 작품으로 불륜에 빠진 유부녀가 연인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여자에게 협박을 당하게 되면서 자신의 불륜이 발각될까 봐 불안해하는 심리를 해부하듯 풀어내었다.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은 전쟁이라는 시대의 아픔을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이야기로 옮겨와 평화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츠바이크가 주인공 R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다. 자신때문에 상처입은 여성을 가감없이 묘사하여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고 후회하는 내용이라 짐작된다.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전쟁배상금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겪던 독일의 상황을 액자소설 형식으로 보여준 작품으로 전쟁이 일어난 것도 모른채 환상속에서 살고있는 늙은 시작장애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어느 여인의 24시간>은 남편이 죽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정숙한 여인이 도박중독에 빠진 한 청년을 도우려다 사랑에 빠져 비극으로 향하게 되는 내용이다.

<보이지 않는 소장품>속 6편 모두 나름의 매력이 가득한 작품들이다. 나와는 연관성하나 없는 내용들임에도 어느 순간 그 상황들이, 감정들이 고스란히 내 것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흡입력 강한 고전소설을 찾는다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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