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조지 오웰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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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1984>는 전체주의 체제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떻게 인간을 파멸시켜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 속 배경은 당이 허구의 인물 '빅브라더'를 내세워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디스토피아 세상이다. 당은 ‘전쟁은 평화다, 자유는 예속이다, 무지는 힘이다’라는 슬로건 하에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등을 이용하여 독재체제를 유지해나간다. 주인공 윈스턴은 이곳에서 독재의 신성화를 위해 없애야 하는 과거기록들을 정정, 삭제하는 일을 한다. 그는 '빅브라더'의 감시때문에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삶에 답답함을 느끼고, 그들의 눈을 피해 일기를 쓰고, 연애를 하며 반체제적 행동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그의 모든 일탈들은 처음부터 감시당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사상경찰에 붙잡혀 무자비한 고문을 당하고 마지막 남은 심리적 의지까지 당에게 빼앗기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현재 진실인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진실이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단지 끝없이 자신의 기억과 싸워 그것을 무찔러 버리는 것뿐이다.

그들은 그것을 '현실 통제'라고 했으며, 신조어로 '이중사고'라고 했다.

<1984> p056

<1984>에서 개인의 존엄과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면, 그래서 각각의 생각들이 하나로 모이면 기득권의 권력유지가 불가능해지기때문에 그들은 밤낮으로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여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개인의 내면까지 억압할 수는 없었다. 인간은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간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 존재이기에 인간답게 살겠다는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주인공 윈스턴은 붙잡힐 거라는 걸 알면서도, 죽음과 가까워지는 걸 알면서도 '빅브라더'에 대해 저항하고 투쟁했다. 자신의 욕망, 감정, 판단이 무력화된 채 빈껍데기로 살아가기 싫어서 하루하루를, 미래가 없는 현재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 책에 출구는 없었다. 윈스턴은 지독한 육체적 고통을 이겨낼 수 없었다. 모두에게는 각각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 있기 마련인데 당은 그에게 가장 끔찍한 것이 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그 공포를 견딜 방법이 없었다. 이제 그에게 중요한 유일한 문제는 어떻게해서든 살아남는 것뿐이었다. '2 더하기 2는 4'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아니, '2 더하기 2는 5'다.

실재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닐세. 실재는 인간의 정신속에 있는거야.

개개인의 정신속에 있는 게 아니라네. 오직 당의 정신 속에 있는 거라네.

그게 무엇이든 당이 진실이라고 하는 것이 진실이 '되는' 걸세.

<1984> p380

<1984>는 1940년대에 작가가 당대의 현실을 비판하고 미래를 걱정하면서 쓴 글이지만 놀랍게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CCTV, 인터넷 검색, 카드결제 등 안전과 편리함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많은 것들로부터 우리는 자유와 생각을 위협받고 있고, 환경문제와 사회구조의 변화로 정신세계도 피폐해지고 있다. 그리고 집단과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는 우리를 점점 더 무력하게 만든다.

책은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위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기술의 발달과 집단의 이기심에 저항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나만의 가치관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해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까지 파고들어 그들이 원하는 '이중사고'에 갇혀 조종당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두려움과 참담함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책. 아직 1984를 읽지 않은 분들께는 꼭 한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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