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소마>는 <지대넓얕>으로 유명한 채사장의 첫 장편소설이다. '인간의 내면'이라는 철학적이고 본질적인 주제를 인문 분야에서 드러낸 저자의 탁월한 지력과 필력으로 장르를 넘어서도 한결같이 잘 표현되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준다. 특히 저자가 창조해낸 '소마'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나란 무엇인가', '살아간다는 것의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주제를 편안하게 흡수시켜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완성시켜야 할 지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설 수 있게 이끈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게다.

하지만 소마는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게다.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

<소마> p020

소설은 소년 소마가 노인 소마가 되어 죽음에 이를때까지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냈다. 부모를 잃고 적의 아들로 살아가게 된 소마는 큰 충격에 기억도 같이 사라져 자신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다가 청년이 된 후 기억을 되찾고 복수를 해나가면서 자신을 찾고 전쟁 영웅이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이루고 난 후 삶의 목표를 잃고 내면의 불안과 알 길 없는 분노에 빠져 괴로워한다. 그리고 마침내 최후의 순간이 되었을 때 소마는 깨닫는다. 자신의 고통이 멈추지 않는 이유가 자신이 고통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고통을 만들어낸 자인 동시에 고통받아야 할 자라는 것을.

이것이 마지막이다. 이제는 그만하리라.

정녕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걱정하지 않으리라.

이제야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알게 되었다.

<소마> p348

소마는 주어졌던 길고 긴 시간을 모두 낭비한 후에야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음을 알게되었다.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남는 것은 공허와 불안뿐이었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죽음에 다다랐을 때 소마는 적막과 고요속에 편안히 머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경험하게 되면서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세계 그 자체가 되었다.

이제 자아는 없고 자아 아닌 것도 없었다.

안도 없고 밖도 없으며 존재도 아니고 부재도 아니었다.

그것은 단일자이면서 최초의 시작이고 동시에 다자이면서 최후의 끝이었다.

<소마> p375

소설은 무거운 주제를 가졌지만 재미와 몰입감도 상당하다. 소년 소마가 동굴에서 겪은 신비한 체험, 잘못된 믿음으로 괴로운 삶을 사는 여인 한나, 질투와 욕심에 눈이 멀어 괴물이 된 양자 헤렌, 죽음의 순간에 다시 보게 된 내면의 세계 등등 다양하고 탄탄한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행복해야 이유를 흥미롭게 들려주어 습관처럼 사는 삶을 경계하도록 주의를 환기시킨다.

팟캐스트 '지대넓얕'으로 일찌감치 채사장에게 입덕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던 그간의 책들로 멀어졌다가 최근에 <지대넓얕 0>를 읽고 재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가 던지는 '나란 무엇인가'같은 불편한 질문들이 이제는 내 인생의 화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소마>도 같은 맥락이라 반갑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삶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지만 남은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더 깊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싶다면, 내 안에 존재하는 진짜 나를 만나고 싶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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