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전행선 옮김 / 리프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치료방법이 없어요. 할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죽음을 맞기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고 누구나에게 당연시 찾아올 죽음에 관하여 그동안 너무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이있게 고민해봐야 할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죽게 되리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다.

그건 마치 이 여름이 끝나더라도 다음번 여름은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며,

어떤 이유에선지 그 여름은 지나간 여름보다 훨씬 더 근사하리라고 믿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는 시시각각 짧아지는 지금 이 시간뿐이다.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p096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는 유럽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가 안티 투오마이넨의 국내 첫 출간작으로 죽음이라는 묵직한 철학적 주제와 블랙 코미디를 솜씨좋게 잘 버무린 범죄소설이다. 제목만 보고는 건강을 주제로 한 평범한 소설책 같지만 이 책은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놀랍도록 진지한 질문과 성찰까지 얻을 수 있는 보석같은 작품이다.

버섯 회사의 사장인 야코는 구토와 어지러움증세로 찾아간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듣게 된다. 이미 온몸에 독이 퍼져 손 쓸 수 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아내에게 가지만, 맞닥뜨린건 아내와 회사직원의 불륜현장이다. 설상가상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경쟁업체 남자와 다투다 살인사건에까지 휘말린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주인공 야코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와 불행을 하나씩 해결해나간다. 그 어느때보다도 의욕적이고 냉철하게.

어쨌든 죽음은 내가 걸어 들어가는 다음 방이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저기, 내 사무실 문 뒤에 있다.

죽음은 구체적이다.

그것은 나를 위해 주선되었기에 빠져나올 수 없는 만남이다.

그리고 죽음은 내가 자신을 잊게끔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p116

주인공 야코는 늘 최소한의 일만 하고 시야를 넓히려고 애쓰지 않았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는지 몰랐고,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죽음을 앞에두고 자기 마음의 깊이를 헤아리게 되었고, 모든 게 선명해졌다. 그동안 중요하다고 믿었던 아내는 적이 되었고, 사업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으며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소중해졌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것이 살아 있다는 것과 본질적인 면에서 연결된 게 틀림없다.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p307

책을 읽고나니 죽음이 언제든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아니, 내일이 당연하게 있을 거라고 믿고 살고 있다는 게 의아하게 느껴진다. 어느 순간 눈을 감고 다시는 못 뜰 수도 있고, 더는 내 눈앞에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을 매일 매 순간하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죽음에 대한 현실감각을 확실하게 깨우고 살아간다면 인생을 좀 더 열정적이고 흥미진진하게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인가? 어떻게 살아왔어야 하는가?

만약 삶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만약 일주일이 남았다면? 한 달이 남았다면? p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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