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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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진화시킬 존재는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이야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첫 페이지를 넘겼다가 제대로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다. <문명>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새로운 관점으로 탄생한 주인공 고양이 바스테트를 통해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긴다.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 우리는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미래를 다시 일구어야 한다.

쇠락하는 인간 문명을 대체할 고양이 문명의 기반을 세울 일만 남았다.

문명1. p052

테러와 전쟁, 전염병으로 인간 문명이 한계에 다다른 세상.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품고 일생일대의 모험을 펼쳐나간다. 하지만 당장은 쥐떼의 공격을 물리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 먼저다. 바스테트는 연인이자 제3의 눈으로 인간지식을 섭렵한 고양이 피타고라스, 인간집사 나탈리와 함께 다른 동물종과 소통을 이끌어내며 쇠락하는 인간 문명을 대체할 고양이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나아간다.

:칭찬해 줘서 고맙다고 전해 줘.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도 해줘.

인간 문명은 붕괴했지만 우리 고양이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지구를 지배할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 네 집사가〈너희 고양이들>이 인간 문명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개념이 필요하대.

첫째, 사랑.

둘째, 유머.

셋째, 예술.

문명1. p150

베르나르는 이 책에서 한계에 다다른 인간 문명을 비판하면서도 인간만이 갖고 있는 사랑, 유머, 예술 능력을 예찬하면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이유를 들려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공존을 강조한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책은 너무나 생생하게 현실을 보여주고,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경고한다. 계속 이렇게 막 나가다가는 인간문명이 끝날 수 있다고.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가진 지능과 힘은 어쩌면 득이 아닌 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지구를 지배하는 막강한 힘을 가졌으면서도 엄청난 어리석음으로 불행을 자초하고 있으니까. 어쩌면 지금의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진화시킬 존재는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동시에 이 세상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 엄마가 그리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거에요?

: 다음 세대들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로 생겨날 미래란다.

문명2. p259

주인공 바스테트는 말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영혼이 있다고. 그것에 접속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고 앞으로 연결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답은 소통이다. 경쟁과 증오, 적대감으로 싸우는 것을 멈추고 종간의 소통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소통만이 인류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문명>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세계, 쥐떼와 연합동물들과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 실험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제3의 눈'을 갖게 된 종간의 소통, 이야기 곳곳에 수록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등 주목할 만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베르나르의 팬이라면 이 책 역시 만족할 것이다. 흥미롭게 읽을 소설을 찾으시는 분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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