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읽는 도덕경
최진석 지음 / 시공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자의 <도덕경>을 다시 읽었다. 먼저 읽은 <도덕경>은 작가 웨인 다이어가 기존의 전통적 해석이 아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풀어낸 책이고, 이번에 읽은 <나 홀로 읽는 도덕경>은 철학자 최진석이 <도덕경>을 읽는 이유와 방법, 그리고 핵심적인 내용들을 40문 40답으로 정리한 책이다.

같은 내용이지만 전혀 다른 책을 읽은 느낌이다. 고전의 원문을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 홀로 읽는 도덕경>은 원문의 핵심을 쉽게 이해시키고, 보다 나은 삶의 의미를 사유하게 도와주는,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책의 1부는 <도덕경>의 내용 중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풀어 놓았고, 2부는 어떤 주와 해설도 없는 <도덕경>의 원문과 번역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답 형식으로 되어있어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되고, 막연하고 모호한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줌으로써 노자의 사상 뿐만 아니라 동양철학의 개념을 정립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고전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이고 숭배해서는 안되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하는 의식을 갖고 소비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앞으로 내가 고전을 읽고 대할 때 꼭 기억해야 할 관점이다.

굳이 정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정리된 책이라 울림을 주는 내용 몇 가지만 적어본다.


보이는 대로 봐야 더 넓고 사실대로 볼 수 있다

도덕경 14장에는 보다라는 의미의 '시와 견', 듣다라는 의미를 지닌 '청과 문'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와 '청'은 목적을 가지고 신경써서 보고 듣는 것이고, '견'과 '문'은 대상 그대로 보고 듣는 것이다. 노자는 의도를 가지고 들으려 하거나 보려고 해서는 세계의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세계의 진실에 접근하려면 보는 능력은 유지하되 되도록 수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고, 듣는 능력을 유지하되 되도록 수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봐야 하는 대로 보고, 들어야 하는 대로 들으면 세상을 좁게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넓게 보고 사실대로 보려면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마음공부에 관한 모든 책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지만 삶 속에 용해되기까지 수많은 자기반성과 실천이 필요한 가르침이다. 비결은 없다. 인내하며 고쳐나가다보면 언젠가는 무르익을 날이 올 것이다.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도덕경 20장에는 "배움을 끊으면 근심이 없어진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흡수하고 거기에 자기를 맞추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저자는 해석하는데 모방한다는 것은 자기가 자기 삶을 정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모범으로 정해놓고 추종해야 하므로 근심과 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풀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앎'이란 무엇일까? 책은 자기가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를 알고 그것을 수행하는 일이 진정한 배움의 길이라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가 분명해야 하는데 시대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과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정리하자면, 무조건 따라하는 배움이 아닌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만이 질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앞서 이야기한 책을 읽을 때 취해야 할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무엇을 습득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왜 습득해야 하는지 각성하고 자각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고유한 너로 존재하라

도덕경이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 가운데 한 명이 되려고 하지 말고 우리에서 벗어나 고유한 너로 존재하라"일 것이다.

삶을 제한하고 규정하는 것(이상, 이념) 들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고 꿈꾸는 것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이는 타인과 경쟁하지 말고 자신과 경쟁하라는 말이기도 하고. 남의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기르라는 뜻이기도 하다. 진짜 이 곳에 있는 것은 '나 자신'이고 '지금 여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의 의지로 삶을 즐기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행복임을 <도덕경>을 통해 다시금 되새겨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