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우리는 때때로 삶에 빛을 비춰줄 별을 바라봐야 한다." / 뉴욕 저널 오브 북스. 추천사 중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며 감정을 회복해나가는 이야기 <숲과 별이 만날 때>.

'아마존 작가 랭킹 1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을 제친 무서운 신인의 등장'이라는 현란한 소개 글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지만,

기대 이상의 감동과 따뜻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후회 없는 힐링 독서였다.

"다섯 개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 지구에 머물러야 해."

"어떤 기적?"

"어떤 거든 상관없어." "언니도 기적이고 저 강아지도 기적이야, 난 지금 새로운 세상에 왔어." /p.15

책은 도입부부터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인공 '조'는 암으로 엄마를 잃고 자신 역시 암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조류연구를 위해 숲에서 지내게 되는데 어느 날 집 앞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소녀는 자신이 외계인이라 말하며 지구에서 '5개의 기적'을 찾으면 자기 별로 돌아가겠다는 도무지 믿기 힘든 이야기를 하며 조가 부모를 찾아주려 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한다. 조는 소녀의 몸에 난 상처와 현실적이지 않은 외계 이야기를 하는 소녀의 태도를 보고 분명 학대 가정에서 도망쳐 나온 거라 추측하고 당분간은 아이를 돌보기로 한다. 조의 이웃인 '게이브'는 우울증으로 세상에 나오지 않고 노모와 함께 농장에서 살고 있는 청년이다. 갑자기 나타난 소녀로 인해 조와 소통하게 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연인사이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의 집에 괴한들이 소녀를 죽이러 들이닥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소녀가 왜 집에서 나와 홀로 살게 되었는지, 왜 그토록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려 했는지 하나씩 밝혀지게 된다.

좋은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 가끔 나쁜 일도 벌어지는 거야 / p.156

소설은 초반에 외계인이라 말하는 소녀의 등장으로 판타지 장르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이 책은 각각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서로를 받아들이며 위로하는 연대와 치유의 이야기이다. 암으로 가슴과 난소를 잃게 된 상실감과 암 환자라는 사람들의 편견, 그리고 재발의 위험 등을 겪고 있는 '조', 어머니의 외도로 태어나 가족 간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게이브', 미숙한 부모 사이에 태어나 불행한 사건에 휘말려 도망쳐 나온 아이 '얼사'. 주인공들에게 서로는 병든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서로를 위해 맞서싸워주는, 세상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소설은 서로가 받은 상처들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주인공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을 어떻게 공감 받고 회복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해준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누구나 외롭다.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누군가가 필요하다. 비난하지도, 섣불리 충고하지도 않는 누군가가. 그런 누군가가 나부터 되어야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우리가 가진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들려준다. 좋은 사람이 돼서 좋은 사람을 곁에 두었으면 하는 바람을 꿈꾸게 하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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