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난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어릴 적 내가 읽었던 계몽사의 어린이 세계명작전집에는 안타깝게도 이 책이 빠져있었다. 아직도 소공녀나 작은 아씨들을 읽으면 그 시절의 다정한 추억이 되살아나 즐거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데 이 책도 내 추억 속에 존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내가 좀 더 풍부한 감성, 혹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될 수 있었을지도.. 무튼 이제라도 이 책을 만났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비밀의 화원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이야기
책<비밀의 화원>은 <소공자>, <소공녀 세라>를 쓴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또 하나의 명작으로 1911년에 출간 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세기의 작품이다. 이 책이 이렇게 오랜 시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까닭은 열악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자연과 소통하고 자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부족함 없이 담아냈기 때문이다. 더불어, 매력적인 줄거리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비밀의 화원이라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미지는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더없이 완벽한 성장소설이자 힐링 도서라 할 수 있다.
한순간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되어 고모부의 대저택으로 보내진 심술쟁이 소녀 메리
주인공 메리는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누군가의 딸이라는 기분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이 하인 손에 제멋대로인 아이로 자란다. 콜레라로 부모님을 잃게 된 메리는 살고 있던 인도를 떠나 영국 요크셔의 고모부 저택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아내를 잃은 고모부는 세상과 고립된 우울한 삶을 살고 있다. 이곳에서 메리는 이전에 살던 곳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인도의 하녀들과는 다르게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고 친근하게 대하는 하녀 마사와 자연을 사랑하는 마사의 동생 디콘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자연에서 즐거움을 경험한다. 그리고 고모의 죽음으로 버려지게 된 비밀의 화원을 가꾸면서 약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건강함을 되찾게 된다. 메리처럼 방치된 고모부의 아들인 콜린도 메리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비밀을 공유하면서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성장한다.
굳게 닫혀있던 정원의 문이 열리면서 마법 같은 일들이 펼쳐진다!
부모에게 버려진 메리와 콜린은 사람들에 대한 미움으로 나쁜 생각들로 마음을 채우고, 그 무엇에도 기뻐하거나 관심 두지 않는 불행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에게 매우 친절한 환경을 만나면서, 이로운 상황으로 방향은 바뀌었다. 메리에게 관심을 건네는 울새, 괴팍하지만 뭔가 통하는 정원사 할아버지, 마법사 같은 소년 디콘과 그의 누이 마사를 만나면서 메리의 몸은 튼튼해졌고, 불쾌한 생각들은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콜린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반쯤 미친 건강염려증 환자로 살다가 메리를 만나면서 자신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어두운 생각들을 밀어낼 용기가 없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자연 덕분에 오랜 끔찍한 생각들이 사라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누구든 불쾌한 생각이나 맥 빠지는 생각이 마음속에 들어올 때,유쾌하고 단호하게 용기를 주는 생각을 제때 떠올려 마음속으로 밀어 넣고나쁜 생각을 몰아낼 수 있다면. 훨씬 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두 가지 다른 생각이 한 공간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비밀의 화원 p.388
누구든 불쾌한 생각이나 맥 빠지는 생각이 마음속에 들어올 때,
유쾌하고 단호하게 용기를 주는 생각을 제때 떠올려 마음속으로 밀어 넣고
나쁜 생각을 몰아낼 수 있다면. 훨씬 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두 가지 다른 생각이 한 공간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비밀의 화원 p.388
"마법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때는 우리 스스로 일을 할 때야."
<비밀의 화원>에서 마법 같은 일들은 저절로 이뤄진 게 아니다. 주인공들은 자연을 통해서,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스스로 획득한다. 실제로 바라는 일이 일어나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씩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주는 기쁨과 즐거움도 발견한다.
마법은 늘 주변에 있다. 그러나 그것을 발견해내고 이뤄지게 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지금의 상황들을 부정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무엇보다 아이들같은 마음과 태도로 새롭게 접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말이다.
뭘 배울 때 그걸 반복해서 말하고 계속 생각해서 영원히 기억하는 것처럼나는 마법도 같을 거라고 생각해.우리가 계속 와서 도와달라고 부르다 보면, 마법은 우리 안에 들어와 머물면서 힘을 쓸거야.비밀의 화원 p.331
뭘 배울 때 그걸 반복해서 말하고 계속 생각해서 영원히 기억하는 것처럼
나는 마법도 같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계속 와서 도와달라고 부르다 보면,
마법은 우리 안에 들어와 머물면서 힘을 쓸거야.
비밀의 화원 p.331
오랜만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마치 숨겨뒀던 보물을 발견한 것 마냥 기분 좋은 두근거림과 희열을 느끼며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나처럼 이 책을 어린 시절에 읽지 못했거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지 않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