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되돌아볼 감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괴테의 자전적 연애소설을 다시 읽었다.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책은 고전임에도 다행히 술술 읽혔다. 2020년 최신 번역본이라 그런지 가독성이 좋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중간중간에 넣은 일러스트 덕분에 작품의 품격을 한층 더 느낄 수 있었다.
괴테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절친인 빌헬름에게 편지로 자신이 앓는 사랑의 열병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담아내 더욱 애잔하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감수성 풍부한 베르테르는 로테라는 여인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다. 그럼에도 베르테르는 그녀를 향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뇌하고 절망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줄거리만 봐서는 베르테르라는 청년이 참 한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깟 상사병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내동댕이치고 자살까지 하는 그를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괴테의 문장과 만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연을 찬미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그리고 너무나 인간미 넘치는 베르테르의 감성을 온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문장들을 읽어내려가면 그의 사랑이, 그의 슬픔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가 내린 마지막 선택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