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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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들어 책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읽고 싶은 책은 너무나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가급적이면 밀도가 있는 책을 선택하려고 한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깊이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베르테르와 똑같은 충동을 느끼는 그대 착한 영혼이여, 그의 고뇌에서 위안을 얻기 바란다. 그리고 만약 운명에 의해서나 자신의 잘못으로 가까운 친구가 없다면 이 작은 책을 친구로 삼기 바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첫 페이지에서

이 책<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되돌아볼 감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괴테의 자전적 연애소설을 다시 읽었다.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책은 고전임에도 다행히 술술 읽혔다. 2020년 최신 번역본이라 그런지 가독성이 좋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중간중간에 넣은 일러스트 덕분에 작품의 품격을 한층 더 느낄 수 있었다.

괴테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절친인 빌헬름에게 편지로 자신이 앓는 사랑의 열병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담아내 더욱 애잔하고 절절하게 다가온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감수성 풍부한 베르테르는 로테라는 여인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다. 그럼에도 베르테르는 그녀를 향한 감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뇌하고 절망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줄거리만 봐서는 베르테르라는 청년이 참 한심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깟 상사병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내동댕이치고 자살까지 하는 그를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괴테의 문장과 만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연을 찬미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그리고 너무나 인간미 넘치는 베르테르의 감성을 온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문장들을 읽어내려가면 그의 사랑이, 그의 슬픔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가 내린 마지막 선택까지도.

어떻게 빤히 알면서도 한 걸음 한 걸음 이런 상황 속으로 빠져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항상 내 상황을 똑바로 직시하면서도 어린아이처럼 행동했다.

지금도 분명히 보는데 여전히 나아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구나. (p.76)

하지만 사랑에 모든 걸 던지는 방법 말고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었을까 하는 현실적 상상도 해본다. 물론 베르테르도 노력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로테를 잊으려 다른 곳으로 길을 떠났었으니까. 그러나 도저히 살 수 없어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그때 다시 돌아오지만 않았더라면, 누군가가 그의 마음을 붙잡아줬더라면, 정신과 상담을 받았더라면.. 으응? 책을 읽는 내내 그가 감성이 풍부한 청년인 동시에 호르몬 분비 과다로 심신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런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 어려워 그 상황이 평생 지속될 것 같은 불안과 두려움에 매몰된다. 베르테르는 오로지 그녀 생각 속에 빠져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는 자신의 마음을 감당해내지 못해 그녀 없는 세상밖은 상상할 수 없었고 죽음 말고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게 다가 아님을 그도 알았더라면 허무하게 세상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다시 만날 겁니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서로 알아볼 겁니다.

저는 떠나렵니다. 제 의지로 떠나겠어요. 하지만 영원히 떠난다고 말해야 한다면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잘 지내요, 로테. 잘 지내게, 알베르트. 우리는 다시 만날 겁니다. (p.105)

그러나 사랑이 어디 현실적으로 이성적으로 계산하며 할 수 있는 것이겠는가. 그래서 베르테르의 사랑이 위태로우면서도 너무나 위대하고 아름답게 읽히는 건가 보다. 편하지만은 않았음에도 절절하고도 강렬한 사랑에 몰입하며 읽은 이 시간이 행복했다.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은 언제나 내 영혼 안에 있으니까요."<본문 중에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을 때도 베르테르의 찬란한 슬픔에 깊이 공감할 수 있기를 그리고 베르테르처럼 뜨거운 감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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