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독특한 제목에 눈길이 가서 살펴보니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작가 하완의 신작 에세이였다.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라 읽은 줄 착각했을 정도여서 그의 두 번째 책도 당연히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에 망설임 없이 읽기로 했다.
"왜 똑같은 면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걸까? 저마다 나은 면이 있을 텐데"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는 자신을 자기합리화하며 관습적인 시대에 맞서 자유롭게 살자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어찌 보면 객관적 기준에 들지 못하는 이들의 자기변명? 찌질이들의 자기합리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객관적 기준이, 정면 승부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면이 멋진 사람도 있지만 측면이 또는 후면이 잘난 사람도 있으니까. 말로는 '나답게'를 외치면서도 타인의 시선에 갇혀 객관적인 삶을 바라보고 주체적으로 살지 못한다면 '남답게' 사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저자 하완은 이 책을 통해 내 삶의 긍정적인 면을 보아내고 즐겁게 사는 일이 우리가 해내야 하는 일이라 이야기하며 공감을 이끈다.
어떻게 될지 몰라서 '무서워.'가 아닌,
어떻게 될지 몰라서 '궁금해.'로 살면
인생은 한결 재미있는 것이 된다.
책 초반부만 해도 작가가 지금껏 살아온 환경이 나와는 거리가 있어서 큰 공감을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웬걸 에피소드마다 모두 내 이야기들이다. 잃을 것도 별로 없으면서 겁내는 타고난 겁쟁이에 '가능하면 경쟁하지 말고 살자'라는 게 인생 모토이고, 자칭 '집돌이'라 부를 정도로 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안전하고 편한 스탈, 여기에 가까운 사람들의 고통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힘들어하는 것까지 자꾸 내 모습이 오버랩된다. 작가는 특유의 재미있고 친근한 문체로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여기에 작가가 직접 그린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그림으로 감동과 웃음을 자아낸다.
"그럴 수 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유독 와닿았던 말이 있다. 어떤 얘기에도 찰떡같이 달라붙는 말 "그럴 수 있어."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 있어?', ' 어떻게 네가 나에게 이럴 수 있어?', 어떻게 이런 일이... 저자는 이런 말 뒤에 "그럴 수 있어"를 붙이면 묘하게 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잠깐 상상으로만 해보긴 했지만 예민했던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다.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라는 거 알면서도 막상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없다. 조심해도 노력해도 언제든 일은 일어난다. 내 소관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분노와 불안에 떨기보다는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봐야겠다. 자꾸 되뇌다 보면 정말 그럴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