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당신 편 - 마음의 힘을 기르는 ‘외상 후 성장’의 심리학
한창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당신 생각에는 보잘것없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당신은 정말 잘 살고 있습니다. 노력도 충분히 하고 있고요, '주변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은 너무 많이 하지 않아도 돼요. 그만하면 잘하고 있어요." _ 프롤로그 중에서

<무조건 당신 편>은 무조건적인 지지를 통해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심리서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병원을 찾은 내담자들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무너진 마음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깊이 있는 조언과 따뜻한 시선으로 일어설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준다.

사실, 비슷한 류의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보니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 방안들은 그다지 특별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이 가진 장점은 분명하다. 위로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받는 사람이 다르게 느끼듯이 저자의 다정다감하고 사려 깊음이 글에 그대로 묻어 나와 "난 무조건 당신 편"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애타게 찾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지지를 느끼게 해준다.

책은 심각한 중증 장애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마음과 감정 문제들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갑질을 당했을 때, 억울하고 분한데 도리가 없을 때, 우울감이 심해서 스스로를 해치는 행동을 할 때, 인생이 하찮아 보일 때 등과 같은 울분과 우울감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먼저 현재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벼운 증상이라면 얼마 안 가 떨칠 수 있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책에 실린 '울분 장애척도'나 '우울증 검진도구'를 활용하여 점검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당연한 얘기지만, 전문가의 정확한 판단을 받아야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건 염두해 두자.

이 책에서 가장 관심 갖고 읽은 내용 중 하나는 "잔잔한 불안을 다루는 법"인데 요즘 내가 겪는 심리증상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없는데 왠지 불안한 마음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한번 불안장애를 심하게 겪어서인지 사소한 일에도 쉽게 조마조마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이런 여러 이유로 불안감이 올라올 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마음속의 잔잔한 불안 다루는 법

: 한곳에 집중하기 - 눈앞에 보이는 한곳을 응시하고 들여다보다가 점차 주변으로 시야를 넓혀본다.

: 심호흡하기 - 심장에서 발끝까지 피가 온몸으로 보내지는 걸 그리면서 천천히 호흡한다.

: 밀가루 반죽이나 종이고 이용하기 - 불안감을 작게 만들고 있다고 상상하며 손안에서 덩어리를 뭉쳐 굴려보자.

: 주먹 쥐었다 털어내기 - 문젯거리가 주먹 속에 모인다 생각하고 꽉 쥐었다가 털어낸다.

: 양손으로 공 주고받기 - 좌우로 공을 주고받으면 몰려있는 신경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 볼륨 줄이기 - 마음속에 라디오 볼륨 다이얼이 달려있다고 상상하고 천천히 낮춰보자.

한편, 책은 '자기 부정'에서 '자기 지지'로 돌아서는 방법 중 하나로 "관계의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타인과 잘 지내려 노력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성향에 맞게 살아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저자가 마치 내 편처럼 느껴졌다.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도 유연해지면 좋을 텐데 내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사람들과 쉽게 잘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 나만 동동 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런 나에게 저자는 주변 사람들 비위를 맞추고 살 필요 없다고 토닥여주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함부로 사람을 비난하거나 뒷말하는 이들도 많은데 그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을 맞추며 사느라 시간 뺏기지 말라고 괜히 그들 때문에 상처받지 말라고 위로한다. 종종 느끼는 외로움을 관계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외로움만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찾은 답은 "마음은 열지만 내가 나인 것을 애써 납득시키려 하지는 말자." 다. 있는그대로의 나를 봐주는 사람을 만나고 나역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봐주려는 노력을 하자. 그래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교제하면 그뿐이다.

타고난 성격이든 혹은 훈련에 의한 것이든 간에 우리의 회복력을 강하게 해주는 요인들도 있습니다.

우수한 문제 해결 능력, 낙관주의, 자기 효능감, 공감 능력, 문제를 받아들이는 수용성등의 개인적 특징이 그것입니다. 또한, 가족이나 직장, 학교로부터의 지지, 의미 있고 긍정적인 인간관계가 있다면 화복력이 더 좋다고 합니다. / p.180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마디로 정리해보면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삶을 다시 써 나가라는 것이다. 저자는 큰 트라우마나 관계로 인한 상처 이후에 다시 일어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극복할 수 있다고 아니 오히려 그전보다 더욱 성숙해지고 단단해져 훌쩍 성장한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외상 후 성장'에 대해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외상 후 성장과정을 거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항하며 신체 건강과 마음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에 대처하는 능력도 커지고, 트라우마로 인한 신경 염증을 이겨내는 능력까지 발달하게 되어 다른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까지 좋아진다고 한다.

누군가의 절대적인 지지도 중요하지만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다. 상처 후 성장을 하느냐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갇혀 사느냐는 본인의 몫인 것이다. 유전자나 타고난 체력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 외 것들은 얼마든지 바꿔나갈 수 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조건 내 편이 되어 보내주는 이 책의 따뜻한 위로는 상처에 힘든 이에게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