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
히비노 아츠시 지음, 민윤주.김유 옮김, 아토다 다카시 감수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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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 원리를 그저 겉핥기 식이 아니라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정말 한 치 앞을 모른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을 보내고 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마스크 없이는 어디에도 갈 수 없고, QR코드와 비대면이 일상화된 세상에 살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불확실한 세상, 이럴 때일수록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선인의 지혜가 필요하다. 보다 넓은 시야로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지 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고전을 읽어야 한다.

이 책에는 <군주론>, <자유론>, <종의 기원>, <율리시스>, <신곡> 등등 제목은 알지만 읽어보진 못한 명저 70권의 핵심 내용들이 요약되어 있다. 한 번쯤 읽어보고 싶었지만 도통 엄두가 나지 않는 책들이라 사실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으면서도 완독할 자신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이 책, 공부하는 느낌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꽤 재미있다. 많은 책들을 요약하다 보니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 꼭 필요한 핵심만을 쉽게 풀어 알려주고 있어서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술술 읽힌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전을 꼭 읽고 싶은데 도전해볼 용기가 없다면 이 책으로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다.

<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 제목 그대로 요약의 신이 알기 쉽게 정리해서 귀에 쏙쏙 박히도록 핵심만을 전해주는 책이다. 구성은 서양과 동양으로 나눠져 있고 서양은 다시 시대별로 나뉜다. 서양 편은 플라톤의 <향연>, 성서로 시작해 토마스 모어<유토피아>, 몽테뉴<수상록>으로 이어지고, 데카르트<방법서설>, 스피노자<에티카> 그리고 소로<월든>, 톨스토이<전쟁과 평화>, 20세기에 와서는 하이데거<존재와 시간>, 한나 아렌트<전체주의의 기원>으로 마무리하고, 동양 편은 <맹자>, <사기>, <삼국지>, <코란> 등을 소개한다.

책은 시대가 흘러도 변함없는 매력을 간직한 고전들에서 지금 시대와 통하는 지혜들을 골라 들려준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인류라는 존재가 은혜를 베푸는 사람보다 오히려 파괴자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 내는 한,

아무리 숭고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군사적 영광을 향한 갈망이라는 악덕에서 결국 빠져나오기 힘들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현재의 좋은 점은 과소평가하고, 나쁜 점은 확대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 쇠망사>중에서(p.136)

인간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관조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인간이 자기 속에 있는 개성을 모두 없애 버리고 획일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개성적인 요소들을 개발하고 드러내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중에서 (p.187)

소개하는 책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은 <코란>이다. 코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슬람교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을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코란에는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성전을 모시는 사람들'이라 여기고 서로 존경하도록 가르치고 있으며 특히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과는 결혼도 할 수 있고(불교신자와는 안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도 한다. 또한 테러리스트가 많다는 인식 때문에 호전적 사상이 짙을 것 같지만 코란에는 "자비와 깊이, 자애는 널리"라는 말이 각 장마다 나온다. 한 가지 더, 무슬림은 시간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기도만을 우선시한다고 알고 있는데 코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한 번에 몰아서 기도를 드려도 괜찮다고 설명하고 있다. 몇 가지 사실로 이슬람교 전체를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갖고 있던 편견들에 대한 오해는 조금 풀어질 수 있었다.

이 책은 고전을 요약하고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 실용적 의미로 가치 있는 책이다. 고전을 시작하기 위한 안내서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읽고 싶은 고전을 찾을 때나 교양을 기르기 위한 지식이 필요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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