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씁니다 - 누구나 무엇이든 쓰고 싶게 만드는
우수진 지음 / SISO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니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한참 불안이 극에 달했을 땐데 뭐라도 끄적 꺼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 부정적인 생각들을 글로 쓰고 나면 쿵쾅대던 심장이 서서히 잦아들면서 한결 차분해졌다. 지금도 가끔씩은 같은 이유로 글을 쓰지만 대부분은 다른 이유다. 사소하고 시시한 나의 생각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글을 쓰는 이유가 바뀌니 부족한 글솜씨가 많이 아쉽다. 좀 더 마음속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에세이를 씁니다>. 왠지 이 책을 읽으면 '글쓰기'가 더 좋아질 것 같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도 다른 '글쓰기'책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쓰세요", "많이 쓸수록 늘어요" 와 같은 익숙한 답변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 우수진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 결론에 도달한다. 직접 겪었던 에피소드들과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유쾌하면서도 솔직하게 풀어내어 "글 그까짓 것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거야" 라며 쉽고 단순하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준다.

그리고 이 책은 글쓰기 팁을 전수하는 책이라기보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전하는 책이라 해야 맞을 듯하다.


자전거를 잘 타는 방법은 뭘까?

일단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들은 다음에는 타야 한다. 바로 타면 된다.

물론 한 발짝도 못 가서 넘어지고 또 넘어지겠지만, 넘어지면서 배우는 게 자전거다. (...)

에세이 쓰기도 마찬가지다. 무겁고 무거운 이론이나 기법으로 손에 족쇄를 채우지 말고 일단 쓰는 거다.

p.26~27

이 글을 읽으니 써야 잘 쓸 수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이해가 된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이론을 많이 안다고 글을 잘 쓰게 되는 게 아니라 많이 써야 는다. 그런데 한 가지, 일기장에 쓰고 혼자 볼 거라면 상관없지만 공개적인 곳에 올리면 피드백에 대한 신경이 써지는 게 사실이다. 저자는 어차피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킨다는 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일일이 남들 의견에 진지하게 상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칭찬이나 질책을 받았을 때 어떤 상황이냐, 이전에 어떤 말을 들었느냐, 어떤 감정 상태에 있었느냐에 따라 시시때때로 감정이 변한다. 같은 칭찬이라도 어떨 때는 대수롭지 않게 받지만 어떨 때는 크게 가슴을 울린다. 같은 질책이라도 '그건 네 생각이고' 하며 넘겨버리거나 '아주 건전한 지적이었다'라고 생각하는가 하면 어느 순간은 상처로 가슴 깊이 꽂힌다.

p.87

책에는 저자가 전작<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첫 책이기도 하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들에 힘들어했던 경험담들을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해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다. 어쩌면 여전히 신경 쓰이기 때문은 아닐까. 저자는 인간의 판단은 모두 불완전하기 때문에 내 판단이나 남의 판단 모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남의 평가에 마음 쓰지 말자'라고 강조한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책 리뷰를 쓸 때 가급적 작가에게 불편한 글은 쓰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독자가 책을 읽고 자유롭게 감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설픈 조언과 질책으로 상대방을 더욱 꽁꽁 묶어 힘들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상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라면 몰라도 단순히 부정적인 생각을 쏟아내는 거라면 안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서다.

아무튼 남들의 비판과 조언에 너무 예민할 필요도 없고, 남들을 함부로 비난하지도 말자.


이사 와서 정리한다고 한동안 글쓰기를 안 했더니 가뜩이나 어려운 글쓰기가 더욱 부담스러워졌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다.

다시 생각을 가다듬어 글을 써보자. 글에는 자신을 이끄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고 글을 쓰면서 오늘의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보고 실행으로 옮기도록 자극을 주자. '마음껏 자유롭게 그리고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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