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광고 문구에 홀리지는 않는데 이 책은 예외다.
"다 빈치 사후 500주년 기념작", "전세계 17개국 출간 화제작"이라니, 유혹당할 수 밖에.
<인간의 척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역사소설이자 미스테리소설이다.
제목이 다소 무겁게 느껴졌지만 이야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복병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었다. 너무 길고 비슷비슷하다보니 절반쯤 읽을 때까지도 맨 앞장에 나와있는 '등장인물 소개'를 계속 들춰봐야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대보다 전개가 빠르지 않아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다 빈치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뒤로 갈수록 내용이 풍부해지고, 스릴러를 위트있게 풀어내고 있어 읽어볼 만하다.
이야기는 르네상스 시대, 밀라노에서 시작된다. 레오나르도는 이곳 궁정의 기술자로 군주인 일 모로에게 기마상을 제작해주기로 되어있다. 합법적으로 군주가 된 게 아닌 일 모로에게 이 동상은 자신의 권력을 널리 알리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새벽 궁정 앞에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군주는 점술사가 하는 말을 믿고 자살로 결론지으려 하지만 인간 해부 능력을 가진 레오나르도는
타살임을 확신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다빈치의 천재성과 기이함, 역사적 사실과 과학, 그리고 미스터리가 잘 어우러져 흥미롭게 펼쳐진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 보면, '인간의 척도'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어떤 기준점이 필요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