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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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다만 그 실수의 과정을 이해하고, 어떻게 고쳐나갈지 방법을 알아내는 것,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야말로 바로 '인간의 척도'이다. /p.308


웬만해선 광고 문구에 홀리지는 않는데 이 책은 예외다.

"다 빈치 사후 500주년 기념작", "전세계 17개국 출간 화제작"이라니, 유혹당할 수 밖에.

<인간의 척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역사소설이자 미스테리소설이다.

제목이 다소 무겁게 느껴졌지만 이야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복병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었다. 너무 길고 비슷비슷하다보니 절반쯤 읽을 때까지도 맨 앞장에 나와있는 '등장인물 소개'를 계속 들춰봐야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대보다 전개가 빠르지 않아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다 빈치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뒤로 갈수록 내용이 풍부해지고, 스릴러를 위트있게 풀어내고 있어 읽어볼 만하다.

이야기는 르네상스 시대, 밀라노에서 시작된다. 레오나르도는 이곳 궁정의 기술자로 군주인 일 모로에게 기마상을 제작해주기로 되어있다. 합법적으로 군주가 된 게 아닌 일 모로에게 이 동상은 자신의 권력을 널리 알리는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새벽 궁정 앞에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군주는 점술사가 하는 말을 믿고 자살로 결론지으려 하지만 인간 해부 능력을 가진 레오나르도는

타살임을 확신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사건의 실마리를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다빈치의 천재성과 기이함, 역사적 사실과 과학, 그리고 미스터리가 잘 어우러져 흥미롭게 펼쳐진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 보면, '인간의 척도'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어떤 기준점이 필요한 걸까?

무언가의 가치를 판단하려면 기준점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치를 측정하는 것에 대고 잴 만한 자가 필요하다 /p.309

천재 레오나르도도 실수를 한다. 그는 말의 점토상을 완성시키고 보니 이를 청동상으로 만들면 부서질 거라는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즉, 자신의 계산이 틀렸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유용한 오류였다. 실수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레오나르도는 청동의 용해와 냉각을 계산하면서 대포를 만드는 방법의 비밀을 알아낸다. 그렇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만이 예외일 것이다. 만약 실수가 없다면, 그리고 실수를 통해 얻은 지식이 없다면 사람은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매번 실수를 저지르고 그 사실을 인정할 때 그것을 고치고 개선할 수 있는 법이다.

이 책이 말하는자 하는 핵심은 이렇다.

"우리는 미완성으로 태어난 존재이기에 사람과 자연을 척도로 삼아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실수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건전하게 성장해야 한다."

오로지 돈만을 척도로 삼는 사람도 있고, 신만을 진정한 가치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그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바라는 자유와 평온을 위해서라면 인간의 기준은 존중과 믿음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러려면 잘 배워야 한다.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고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기에 자신의 실수를 통해 지성과 판단력을 키워야 사람들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간적인 면, 주변 인물들, 비밀 수첩에 관한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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