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새움 세계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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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오직 그것만 생각하세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페미니즘의 교과서라 불리는 명저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강연한 두 개의 연설문을 바탕으로 출간된 비평서이자 에세이이다.

쉽지 않을거라 예상했지만 그 이상이었다. 1장을 읽어내는 동안 답답하고 어질한 느낌에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 독서력의 한계를 실감했다. 그래도 2장부터는 한결 나아졌다. 아니 제대로 읽어낼 수 있었다. 작가의 의식흐름속에 천천히 빠져들며 그동안 외면해왔던 나의 의식들을 소환하고,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충실히 받아들였다.

책은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연하는 형식으로 쓰여있다.

울프는 '여성과 픽션'을 여성과 여성에 관해 쓰인 픽션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한 가지 주장을 내놓는다.

"여자가 픽션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책은 그녀가 이런 결론에 도달하도록 이끈 사고의 흐름을 따라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현실, 가난이 창작에 미치는 영향, 창작을 위한 마음 상태, 역사에서 배제된 여성, 여성의 글쓰기가 갖는 의미, 여성 작가들에 대한 비평 등을 다루며 매혹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개해나간다.

여자들은 수 세기 내내, 남자의 모습을 실제 크기의 두 배로 비춰 주는 달콤한 마술의 힘을 지닌 거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거울은 모든 폭력적이고 영웅적인 행위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것이 나폴레옹과 무솔리니 둘 다 그토록 강조해서 여성의 열등함을 주장했던 이유입니다. 만약 여자들이 열등하지 않으면 자기네 남성들을 확대시키는 걸 멈출 테니까요. 이것은 남자들한테 왜 여자가 그토록 자주 필요한 것인지를 설명해 줍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활력을 충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도로 중요한 것입니다.

p.58

"왜 언제나 남성들만이 부와 권력을 가질까"

울프는 남성이 남성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 여성에 대한 무시와 우월감이라고 주장한다.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김으로써 그 우월감으로 남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가부장제나 많은 차별들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로 여성은 고등교육의 혜택에서 제외되었고, 아이들 말고는 가질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작가의 대부분은 남성이었고, 문학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정말 여성은 열등한 존재일까"

울프는 이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대영박물관을 찾지만 그곳에는 "여성이 아니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런 자격도 없는" 남성들의 책들만 있다는 사실만 발견했다. 그리고 여성들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자기만의 방이 있었는지, 아이를 낳는 것 말고 자신의 자질을 획득하는 일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만약 여성에게도 글을 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면, 남성들과 대등하게 대우받았다면 지금 우리는 남성중심의 세상이 아닌 양성이 조화를 이룬 인간적인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우월해 어떤 영향을 끼치려는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받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세상말이다.

"자기만의 방을 만들자"

페미니즘은 여성의 주체성을 확장과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이론 및 운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를 다르게 받아들여 여성우월주의로 인식하고 여성혐오같은 거부감을 드러낸다. 아니면 무관심하거나 외면하거나.

책을 읽기전까지는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 생각했다. 앞장서서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의식만큼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그냥 세상이 말하는 대로 별 생각없이 순응하면서 살고 있었다. 남성의 우월성을 어느정도는 당연시 받아들이면서. 순응하고 사는게 편하니까. 다른 생각은 행동을 요구하니까. 책은 이런 나의 무지와 안일함을 자각하게 하고, 성 고정관념의 편견을 깨부순다.

그리고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 이 진지한 주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더 당당해지고 정신적으로 더욱 깊어져야 한다고 일깨운다.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재치를 번뜩일 필요도 없지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도 없고요.”

온전히 나 자신으로,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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