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 - 인생은 왜 동화처럼 될 수 없을까? 문득 든 기묘하고 우아한 어떤 생각들
김한승 지음, 김지현 그림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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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은 조금은 독특한 철학 이야기를 담은 그림과 함께 보는 철학 우화다.

저자는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고민과 질문들을 짧지만 깊이 있는 '47가지 동화'로 풀어냈다. 제목에 '철학'이 들어가는 만큼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겁고 어려운 책 또한 아니다.

이 책은 낯설지만 기발하고, 씁쓸하면서도 유머스럽고, 재치 있으면서 환상적인 이야기들로 독자에게 색다른 체험과 공감을 제공해 준다. 한마디로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은 일상을 낯설게 보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책에는 철학자의 '47가지 일상 속 우아한 상상'이 담겨있다. 저자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질문을 던지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이끈다. 그중 재미있게 읽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본다.

"당신의 어른 지수는 몇 점입니까?"

'어른 지수'라는 개념을 제시한 학자가 있었다. 그는 특정한 능력을 갖고 있어야 '어른'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능력은 이런 거다. '알약을 물 한 모금에 삼킬 수 있다','성냥을 켜서 불을 붙일 수 있다','김치를 물에 씻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유리병 마개를 혼자 힘으로 열 수 있다', 밤에 불을 켜지 않은 채 혼자 잘 수 있다' 등등. 이 연구에 어른인 사람들은 대개 어른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맞지 않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미숙자'로 부른다. 반대로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 지수는 높은 사람, 즉 '조숙자'도 있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조숙자와 미숙자는 전체 인구의 10%정도를 차지하는데 점차 그 비중이 늘어가는 추세라고 한다.

p.132

위의 동화는 '어른답지 못한 어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운동화 끈을 맬 수 있고, 뜨거운 것을 잘 먹는다고 어른은 아니라는. '어른답다'는 것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사람, 참을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 시대에 어른은 '존경'이라는 표현보다는 '꼰대'라는 표현과 더 가깝다. 그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내가 보기에도 어른다운 어른보다 여유가 없이 바쁘게 살아서 그런 것인지 이기적이고 답답한 어른들을 많이 본다.

그냥 나이만 먹어서 어른이 된 건 아닌가 하는. 나 역시 아이다움만 잃은 어른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어른의 무게'에 대해 고민하며 행동하는 어른이 돼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이다움을 간직한 어른은 되고 싶지만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밤>의 매력 중 하나는 철학자 아버지의 글과 딸의 그림이 서로 대화하 듯 교감하며 엮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들을 곰곰이 따라가다 막힐 것 같으면 그림 하나로 '아~ 이런 뜻이구나' 이해시켜주고, 모든 이야기 끝에 짧게 붙어 있는 덧글로 주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붙은 책이지만 이 책에는 철학개론도 명쾌한 해법도 없다.

하지만 일상에 참신한 자극을 찾고 있다면 이 책과 함께 딴생각을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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