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주인
로버트 휴 벤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메이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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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예언서와 같은 책입니다.

마치 저자가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보고 썼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단일체제 사회가

어떻게 우리의 정신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주고 경고하는 소설입니다.”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세상의 주인>은 1907년에 출간된 디스토피아 소설로 100년 후의 벌어질 일(사상적 세계화의 위험성)을 예언한 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번이나 추천하고, 전 베네딕트 16세 교황도 언급하면서 다시금 주목 받아 재출간되었다. 두 교황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100여 년 전에 상상한 미래가 바로 지금의 세상과 정확하게 닮아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대중교통수단, 초고속 통신, 대량 살상 무기는 물론이고, 신(초자연성)에 대한 부정, 인간 중심주의 등등. 무엇보다 신이 부정되고 강대국이 물질적, 세속적 세계관을 퍼트리는 '사상의 식민지화'가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주목한 이유일 것이다.

이제 전쟁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 일을 해낸 것은 그리스도교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분열보다 통합이 낫다는 교훈을 교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배웠다.

갑자기 자연의 덕을 떠받들고 초자연적 덕은 멸시하기 시작했다.

우애가 자비를 몰아냈고, 만족이 희망을 몰아냈으며, 지식이 믿음을 몰아냈다.

p.197

소설은 반그리스도 세력이 세계 정부의 권력을 잡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초자연성(신)을 외면하고 인간성을 최고 가치로 두는 인본주의가 세상에 퍼지는 과정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펠센버그는 미 상원 의원 출신으로 반그리스도 권력의 핵심이다. 사람들은 혜성처럼 등장한 그를 격하게 환영하고, 세계의 리더로 받아들인다. 유일하게 반기를 드는 세력은 퍼시가 이끄는 가톨릭 신도들이다. 펠센버그는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정치 질서를 내세우고 이에 반기를 드는 세력을 가차 없이 억압한다. 진보한 기술을 가진 인본주의 세상은 로마를 잿더미로 만들고, 하느님을 믿는 자들을 모조리 죽인다.

책은 신이 아닌 인간이 모든 답을 갖고 있다는 믿음은 오히려 더 강력한 악에게 세상을 지배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자연의 힘은 상처를 치유하기도 하지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똥 무더기에서 초목과 열매가 자라나게도 하지만, 불을 지르고 지진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고새로 하여금 새끼를 위해 목숨을 던지게도 하지만 때까치를 산 채로 잡아먹게도 한다.

p.328

책은 종말의 시기에 그리스도교와 반그리스도교 세력의 갈등을 다룸으로써 현재를 바꿔 암울한 미래를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벤슨은 이 소설에서 세속 철학과 과학을 비판하고 가톨릭의 숨어있는 논리를 제대로 전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무신론자인 나에게는 납득되지 않는 논리다. 세계를 장악한 세력이 초자연적인 신을 믿는 자들로 바꿔서 이야기를 구성해도 똑같은 결과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쟁의 대부분은 종교에서 기인됐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바이러스와의 전쟁도 이단이지만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었고, 여전히 규율을 어기고 그들만의 집회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저자의 말처럼 맹목적인 인본주의도 위험하지만 신만을 맹신하고 사람과 법을 무시하는 것 또한 큰 위험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연 인간은 이 세상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을까?"

어떤 가치를 중요시 여기느냐에 따라서 이 책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겠지만, 현재가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고 믿음과 화합, 평화와 사랑이 우리의 무기임을 깨닫고 모두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갔으면.

복잡하게 얽힌 삶의 거미줄을 어느 하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한 가지 요소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질적인 것, 지적인 것, 예술적인 것, 초자연적인 것, 인간적인 것 이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완벽해질 것이다!

<세상의 주인>은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만 암울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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