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전 세계 청춘들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이 책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 집에 돌아오기까지, 심리적 갈등과 방황의 48시간을 회상 형식으로 섬세하게 담고 있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서있는 주인공 홀든. 그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진심을 이야기할 친구가 없다.

그는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찬 학교에 실망하고,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어 결국 네 번째 퇴학을 당하고 만다.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그는 기숙사에서 뛰쳐나와 뉴욕을 헤맨다.

그의 눈에 비친 뉴욕은 불성실하고 퇴폐적이며 허위로 가득해 서부로 도피하려고 결심한다.

그러나 도피전 사랑스럽고 순진무구한 여동생 피비 덕분에 마음을 열고 현실에 남기로 한다.

방황하는 청춘은 아니지만 "현대문학의 최고봉"이라 칭송받는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예상외였다. 계속 읽어나가도 '이건 뭐지?'싶고, '끝까지 읽어야 하나?'하는 의문만 떠올랐다.

그의 우울이 너무 과장되게 느껴지기도 하고, 너무 시니컬해 불편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끝은 봐야지' 하는 심정으로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홀든의 감정이 이입되어 그의 방황, 그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아마도 처음엔 어른의 잣대로 홀든을 바라봐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다가 어느 순간 그의 모습에서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된 것 같다. 그와 나는 별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세상은 그가 싫어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부유한 학부형에게만 친절한 교장, 지저분하고 멍청한 룸메이트, 사기꾼 엘리베이터 보이와 창녀, 지적인 선생인 줄로만 믿었던 변태성욕자, 그리고 비겁하고 거짓말쟁이인 자기 자신 등 작품에 등장하는 모두가 주인공을 우울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지켜낸다. 죽은 동생 앨리에 대한 사랑, 순진한 여동생 피비의 동심, 여친 샐리나 수녀에 대해서도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어쩌면 자신의 비겁하지 않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세상과 더 힘든 싸움을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넓은 호밀밭에서 어린애들이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눈앞에 그려봐.

몇천 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런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p. 256, 257

주인공 홀든은 혼란한 세상 속에서 방황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성장해나간다. 내가 그랬듯이 여전히 그렇듯이.

그 시기를 지났다고 해서 지금 훨씬 단단해졌을까, 나아가고 있을까에는 물음표다. 그렇게 믿고 싶을 뿐.

죽을 때까지 성장통을 겪겠지만 나도 홀든처럼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서 잘 버텨낼 것이다. 조금은 더 쉬워지길, 덜 아프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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