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는 1900여 명에 달하는 인물들이 등장해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의리, 용기, 배신, 탐욕, 리더쉽, 통찰, 지략 등등. 조직과 인간의 욕구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만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그리고 책을 통해 영웅호걸들에 대한 관점도 시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책을 읽기 전엔 유비나 관우는 좋은 사람, 조조는 나쁜 사람,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눠봤었다. 물론 유비가 타고난 성품이 좋아 인복이 많은 것은 정말 부럽고 배울 점이긴 하지만 지도자가 무조건 만 주장하는, 오로지 '내 갈 길만 간다'라는 태도는 너무 답답하고 무능력하게 느껴진다.
이와 반대로 난세의 간웅인 조조는 야심 있고 카리스마 있는 비범한 인물로 보인다.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고, 보다 더 나은 의견에 귀 기울이며, 실패를 통해 더 강인해지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변함없이 멋진 인물도 있다. 그중 최고는 제갈공명이다. 공명의 탁월한 능력과 통찰력이 없었다면 삼국지라는 소설이 가능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삼국이 서로 견제하여 분권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공명의 생각이고, 그 많은 전쟁이 멋진 무용담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공명의 머리에서 나온 지략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조조가 자신만만하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을 때 적벽에서 대패하고 돌아가게 만든 것이 바로 공명이고, 땅 하나 없던 유비 현덕이 영주 땅을 얻게 된 것도 모두 공명 때문이니 말이다. 따라서 <삼국지>는 유비와 조조의 대결이 아니라 공명과 조조의 대결이라는 게 내 솔직한 감상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잘 들어맞지는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유비의 지나친 의(義)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곤궁을 겪게 하고, 관우가 사사로운 정으로 조조를 살려보낸 것도 결국 자신의 죽음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전쟁에 사용되는 병법이라는 게 대부분 음모와 배신이어서 진정한 가르침보다는 속임수를 배워야 하나 갸웃거려지기도. 그러나 그런 모습들 또한 세상만사의 이치이기에 다양한 모습들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찾고, 지양해야 할 점과 배울 점을 찾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방법일 듯싶다.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여러 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 시기에 따라 관점에 따라 이해가 달라질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무튼 언젠가는 또 읽어야 할 책인 것은 분명하다.
10권이어서 엄두가 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삼국지를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세 번은 아니어도 제대로 한 번은 꼭 도전해보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