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 여행 - 매일 읽고 조금씩 넓어지는 삶에 대해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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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작가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를 읽고 난 후, 책을 이야기하는 책이 좋아졌다. 이 책도 그런 이유에서 읽게 됐다.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오는 독서여행>은 기생충학자로 유명한 서민이 쓴 독서 감상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는' 서평집이다. 책에 대한 감상과 더불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어 다양한 책이 주는 경험과 즐거움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서평집인지 에세이인지 애매하다고 생각되면서도 곳곳에 눈에 띄는 책의 장점이 많아 나름의 재미를 즐겼다. 책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소개해 주는 점과 글 말미에 추가로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해 준다는 점이 좋았고,

무엇보다 "서민의 감상문은 책과 동떨어질 때 빛난다." 어느 독자가 말한 것처럼 일반적인 서평 책과는 다른 그 느낌이 이 책의 매력인 듯싶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은 헨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이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은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신경외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면서 겪은 일을 적은 에세이집이다.

환자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의사로서 자신의 한계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느껴져 읽고 나면 감동이 밀려온다.

병원을 이용한 적이 있거나 앞으로 이용할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280쪽)

저자는 자신이나 가족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치료 여부를 선택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 말한다. 가령 의사가 "수술로 손상된 부위를 제거할 수 있고, 최소한 목숨은 건질 수 있다" 고 말하면 우리는 수술을 선택할 것이고, "수술해도 정상적으로 살 수 없고, 평생 불구로 지내야 한다"고 말하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의사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치료하기를 원한다는 거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질병에 항복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싫어서가 그 이유일 테다. 책은 의사가 의도를 가지고 환자 가족의 답변을 조종한다면 "선생님 어머니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맞서라 말한다. 그러면 솔직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과연 그럴까? 난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했다. 시어머니, 시아버지 두 분 다 말기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나는 같은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은 '치료하자'였고, 두 분 모두치료를 시작한 지 일주일 도 안돼서 돌아가셨다. 의사들은 그런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할 만큼 순진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낭만의사 김사부' 같은 의사를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고, 바람직한 선택은 결국 본인과 환자가족이 내려야 한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의미 없는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받았다가 배신감만 느끼게될 수도 있으니까.

내 의견과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읽어보고 싶다. 내가 너무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또 다른 세상도 있다는 희망도 가져보고 싶다.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게 훌륭하게 살려니까 인생이 이리 고달픈 거다" / 김언수, <뜨거운 피>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문장이다. 주어진 대로 순리대로 살면 힘들지 않을 텐데, 잘하려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하니 힘든, 삶이 고달픈 이유를 한 방에 정리해 주는 글이다. 저자는 이런 우리의 현실이 '갑질 문화'를 만든다고 역설한다. 자신의 위치 때문에 화를 속으로 삭이고 있다가,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에게 험한 말을 내뱉으면서 화를 해소하는. 이중성을 그대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목격된다. 글을 읽으면서 너무 애쓰며 살다가 다른 사람에게 그 화를 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자기만의 해소 방법 하나쯤은 마련해두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제목 그대로다. 유쾌하게 떠나 명랑하게 돌아온 독서여행이었다.

기생충학자 서민의 유머와 위트를 만끽하고 싶다면, 독서의 즐거움을 누려보고 싶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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