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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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빌 게이츠가 선정한 올해의 책"

이 멋진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조금 망설였었다. 벽돌책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두꺼운 데다가 주제가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서였다. 미국 시골에서 열일곱까지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않았던 소녀가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경험을 다룬 비망록이 내게는 현실감 있게 와닿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 책은 흥미로웠다. 아니, 경이롭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배움의 발견>은 한 여성의 자아를 찾아가는 투쟁의 이야기이다. 배움을 위해 불의와 맞서는 용기의 이야기이다.

타라 웨스트오버 그녀의 책, <배움의 발견>은 교육과 종교가 한 인간을 어떻게 지배하며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다. 타라는 1986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일곱 남매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었다. 따라서 취학통지서가 나오지 않았고,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부모가 현대의학이나 공교육을 믿지 못해 병원도 학교도 가지 못하게 했다.

아버지는 종말론을 믿는 급진적 모르몬교인이었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줄 몰랐다. 타라의 가족은 주류 사회로부터 너무나 고립된 상태로 살았고, 이 때문에 자녀들은 교육의 기회도, 가족 간의 은밀한 학대에도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심지어 피가 철철 흐르는 상처, 심각한 뇌진탕, 폭발로 인한 화상도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간 셋째 오빠가 산 너머 이야기를 해주자 새로운 인생인 배움을 향해 발걸음을 떼기로 결심한다. "집 바깥의 세상은 넓어.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을 네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시작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거야" 그날 이후, 아버지의 눈을 피해 틈틈이 독학으로 공부하고, 기적처럼 대학에 합격하면서 그동안 아버지의 왜곡된 신념 때문에 자신과 가족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왔는지 깨닫고, 깊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이해한 한 가지는 내가 나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것, 내 안에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선지자가 자기 안에 가지고 있던 그 무언가는 여자든 남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스스로 타고난 본연의 가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가치라는 사실 말이다.

p.193

저자는 배움을 통해 발견한 자신은 이전의 자신과 공존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배움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나간다. "나는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바로잡는 일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 잘못 알고 있던 규모가 너무도 커서 그것을 바로잡으면 세상 전체가 변할 정도였다." 그녀는 자신의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 배움이 무엇인지,

배움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보편적인 성장 이야기를 들려주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보는 새로운 시선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의지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p.507

그녀는 이전 삶에 대해 정직하게 마주했고, 그로 인해 과거는 더 이상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새로운 삶을 쌓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정말 엄청난 이야기다. 산속에서 가족들과 종말을 기다리며 복숭아 통조림을 만들던 소녀가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배워나가는 과정, 그런 그녀를 악마 취급하며 배척하는 부모, 그들과의 관계를 끊는 힘든 시간들과 세상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으려는 노력들이 이 두꺼운 책을 잠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붙들어 맨다.

아니, 다 읽고 난 지금도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으면서도 소설처럼 끝나지 않는 아직 진행중인 이야기.

그녀의 그 뒤 인생 이야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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