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 나태주 시집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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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산문집에 반해 읽게 된 나태주 시집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나태주 시인의 반세기 내공을 함축해 놓은 자서전적인 시집이다.

어렵지 않은 언어로 간결하게 쓰여 있어 그가 전하는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편안하게 들여다볼 수 있고,

세상을 순수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살고자 하는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1부는 신작 시 100편, 2부는 독자들이 사랑하는 대표 시 49편, 3부는 저자가 아끼는 시 6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감사

오늘도 물과 밥 먹을 수 있음에 감사 / 오늘도 무슨 일인가 할 수 있음에 감사 /

오늘도 누군가 만날 수 있음에 감사 /

더불어 어딘가 갈 수 있음에 감사 / 무엇보다 숨 쉬는 사람임에 감사

p.50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기'. 마음을 다스리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시인은 순수한 이 몇 마디로 삶의 자세를 강조한다. 그의 바램처럼 인생을 '고행'이라 여기지 않고 '여행'이라 여기려면, 그리고 내가 그토록 바라는 '단단한 나'로 살아가려면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평범하지만 이 소중한 마음은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를 보호하고 지켜줄 테니까.

혼자서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있는 꼿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p.167

읽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시인의 위로다. 스스로 방구석에 웅크려 자폐적인 시를 썼다는 시인은 이제 사람과 자연과 만나며 시를 쓴다고 한다. 함께라는 의미보다는 '의미 있는 삶'으로 해석하고 싶다. 혼자여도 함께여도 '나'로 살아갈 때가 가치 있는 것이니까. 외로움을 결핍으로 인식해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애쓰던 나. 돌아보면 아까운 시간들이지만 그 덕분에 지금 더 명료하게 살고 있는 것일지도.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중략)

자기를 함부로 아무것에나 주지 말아라

부디 무가치하고 무익한 것들에게 자기를 맡기지 말아라

그것은 눈 감은 일이고 악덕이며 인생한테 죄짓는 일이다.

가장 아깝고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러므로 보다 많은 시간을 자기 자신한테 주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것이 날마다 가장 중요한 삶의 명제요 실천 강령이다.

p.297

시인은 자신을 아끼지 않고 무용한 것들, 특히 슬픔이나 절망한테 자신을 맡기지 않았는지 더욱이 남을 미워하는 마음에 자기를 던지지 않았는지 돌아보고 그 마음들을 거두어들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기쁨, 아름다움, 사랑에 모든 마음을 쏟아부으라고 그러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 말한다. 집착과 강박에 사로잡힌 그릇된 마음가짐을 버려야 진정한 '나'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리고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

당장의 결과를 바라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그 마음을 응원하며 걸어가기. 그것이야말로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이다.

시인은 짧고 단순한 시어로 고단한 인생을 온전한 '나'로 거듭나 사랑으로 맞이하도록 일깨운다.

시를 모르는 내가 느끼는 이 시집은 따뜻하고 사려 깊은 어른에게 듣는 위로 같았다. 기대고 싶을 때, 잔잔하게

머무르고 싶을 때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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