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책으로 그림을 배울 수 있을까'
잘 그리는 것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즐길 수만 있으면, 나만 만족할 수 있으면.
이런 바램으로 읽은 책 <오늘부터 그림>은 나 같은 생초보가 따라 할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그림 그릴 때 필요한 내용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애당초 이 책을 읽어서 실력이 일취월장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단지 무엇이든 그리고 싶게 주저하지 않고 손을 움직일 수 있기만 하면 된다. 뭐 화가 타이틀을 남길 것도 아니니까.
"일단 그리면 된다. 많이 그리면 된다!"
아쉽게도 비법 같은 건 없다. 저자 흔디는 ‘일단 뭐라도 그리고, 많이 그려보고, 그리다가 힘들면 안 그리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려보자고 한다. 많이, 꾸준히 그리면 실력은 무조건 는다니 일단 시작해보자!
1장 〈어떻게 그려야 할까?〉에는 아주 간단한 기초만 다뤘다.(사실 이 과정도 건너뛰고 바로 그림을 그려도 된다고 한다) 스케치에 기본이 되는 '선'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고 입체 표현과 도구 활용법을 소개한다. 2장 〈뭘 그릴까?〉에서는 나만의 콘텐츠를 찾는 과정과 드로잉을 배운다. 그렇게 그린 내 그림으로 이것저것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3장 〈내 그림으로 할 수 있는 것〉에서는 다양한 팁을 알려주고 도전해 볼 수 있게 돕는다. 마지막 4장 〈남들은 어떻게 그릴까?〉은 심화 학습이다.
내 만족으로 그치지 않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재미있게도 이 모든 내용이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
"아무거나 슥- 그리자"
글을 써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어차피 전문가적인 솜씨는 내 것이 아니다. 욕심도 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손으로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책은 그런 내 마음을 충분히 충족시켜준다. 책에서 느낀 한 가지는 나만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는 것. 잘 그리는 사람이건 처음 그리는 사람이건 일단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의외다. 빈 캔버스에 대한 공포감이 누구에나 있다니. 어차피 다들 두려운 거라면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 것보다 망친 그림이 백번 낫다니 마구마구 그려보기로 하자.
책은 '그림으로 일상 그리는 방법'도 알려준다. 그림일기라고 해야 할까.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압축해 '4컷 만화'로 그려보는 거다. 저자는 일단 컷 단위로 이야기를 쪼개어 써보고, 각 컷을 최소한의 장치로 표현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설명한다. 막막하다면(나는 막막하다) 다른 이들의 그림을 일단 훔쳐보는 게 빠르겠다. 그리고 마지막 컷에는 '킬링 포인트'를 배치하면 끝!
일상에서 재미있는 순간을 포착하면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간단한 키워드로 남겨두고 나중에 그림으로 '사부작사부작' 생각만 해도 즐겁다. 서평도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물론 꿈같은 이야기다.
일단 '선'긋기부터 도전이다.
즐길 수 있는 그림 그리기에 한 발짝은 내밀 수 있었던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