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 일러스트와 헤세의 그림이 수록된 호화양장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은경 옮김 / 아이템비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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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해. 다만 무리하지는 마. 그러면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고 말 거야." P.140


고전은 오랜시간 가치를 인정받은 책이라 읽어야 겠다는 느끼면서도 깊은 철학을 이해하고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때문에 쉽게 읽지 않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용기내어 읽고나면 세대를 초월한 삶의 멋진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이 책도 그렇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세의 이야기이자 모두의 이야기이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어른들의 욕심으로 자유와 행복을 박탈당해 죽음으로 이르는 소년 한스의 이야기이다. 총명한 소년 한스는 어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그들은 아이의 미래를 기대하고 결정하고 요구했다. 한스에겐 취미도 친구도 허락되지 않았다. 오직 공부만 할 수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신학교에 갔지만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왜 남들보다 뛰어나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결국 신경쇠약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절망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그는 자신감을 잃고 수레바퀴에 깔린 달팽이처럼 더듬이를 거두고 껍데기속으로 들어갔다." P.202

책을 읽기 전까지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다.

'수레바퀴'는 한스 자신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이자 끊임없이 돌고 돌아 어디론가 굴러가는 인생길을 의미한다. 한스가 깔린 수레바퀴는 지금 우리 현실에도 그대로 존재한다.

억압적인 교육제도, 비뚤어진 사랑, 과도한 경쟁 등 헤르만 헤세의 100년 전 세상 그대로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근심걱정도 시작된다. 남들보다 앞서야 하고 부모를 만족시켜야 한다.

성적을 잘 받으면 우월감을 느끼고, 그렇지 못하면 열등감에 시달린다.

점수는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규격에 맞게 행동하지 않으면 문제아로 내몰린다.

이런 생활에 익숙할수록 '나만의 행복'을 찾을 기회는 줄어든다.

이렇게 살아야 행복하다고 했는데 그렇지가 않다.

헤르만 헤세의 이 책은 우리에게 '자신만의 행복'이 왜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남들의 기대만 충족시키면 정작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게 된다.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면 바라는 미래로 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스는 뒤늦게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해보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가 목적만 찾았더라면 다른 세계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

학교생활은 먼 옛날이 되었지만 여전히 쳇바퀴 돌 듯 살고 있다. 예전같은 의무나 억압도 없는데 말이다.

이제는 스스로가 쌓아올린 무거운 짐들을 수레에서 내려놓고 가볍게 살고 싶다. 큰 바램 말고 작은 희망을 품고 두근대며 살아가고 싶다. 책을 읽고 마음이 무거웠는데 글을 쓰다 보니 희망으로 귀결됐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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