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 갇힌 소년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F(에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그런 순간이.."

모든 사람들에겐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있다.

어떤 이에게는 그 순간들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기억전달자(The Giver)의 작가 로이스 로리가 들려주는 성장소설에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

<침묵에 갇힌 소년>은 할머니가 된 ‘캐티’가 어린 시절 결정적 순간을 경험케 한 소년을

다시금 소환하는 작품이다.

책의 주인공은 '캐티'다. 똑똑하고 호기심 강한 여덟살 소녀 '캐티'는 아빠처럼 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결정적 사건의 주인공 '제이콥'은 침묵에 갇힌 소년이다.

자폐성향을 가진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티는 아빠와의 동행길에 우연히 지적 장애를 가진 제이콥을 만나게 된다.

말한마디 안하지만 따뜻한 심성을 가진 소년의 진심을 알아보고

부끄러움 많은 그에게 먼저 다가가면서 둘은 서서히 우정을 키운다.

사람들은 소년을 오해하고 손가락질하지만 캐티는 다르다.

이 상처입은 소년을 이해하고 위로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제이콥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맞게 된다.

"제이콥은 왜 더운날에도 늘 낡고 두꺼운 모자를 쓰는 거에요?"

"제이콥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거야. 제이콥의 머릿속에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

그 모자는 그 세계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 줄 거야."

p.164

세상은 소년을 오해하고 손가락질 한다. 자신만의 세상속에 사는 소년을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사랑많고 착한 소년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통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

오직 캐티만이 소년의 침묵을 이해하고 그에게 동화된다.

나는 내 뒤에서 제이콥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두려움과 함께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바로 분노였다.

p.202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 가는대로 인생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한 순간 때문에 틀어지고 돌이킬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위로도 할 수 없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제이콥처럼 말이다.

자신만의 세상을 펼치지 못하고 한번의 잘못으로, 오해로 행복이 사라져버린다면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된다면 그보다 더 비참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담요를 걷어내고 제이콥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왔다.

예전에는 내가 건드릴 때마다 물러서던 제이콥이 이제는 내가 자기 손을 잡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이끌도록 했다.

p.204

조용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멋진 성장소설이다.

진지하고 총명한, 인정많은 '캐티'. 이 매력적인 주인공의 세심한 시선으로

그녀의 가족, 이웃, 친구들 그리고 소년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더욱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이들에 향한 마음이 조금은 열렸으리라 기대해본다.

"아빠, 제이콥 모자는 벗기지 않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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