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우울할 땐 뇌과학>처럼 마음의 문제에 중점을 둔 책인줄 알았다. 잘못 생각했다. 이 책은 뇌와 관련된 전반적인 상식들을 주로 이야기한다. 신경전문의인 저자는 궁금한 뇌에 관한 이야기들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노련하고 유쾌하게 설명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재미있게 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실생활과 접목된 주제들로 엮어내서 가독성이 좋고 호기심마저 일으킨다.
책은 뇌의 진화, 성격의 탄생, 기억력과 학습, 감정, 지능, 밥상 위 뇌과학, 지각 등 총 10개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앞부분엔 기본적으로 꼭 알아야 할 '뇌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대뇌피질, 시각은 후두엽, 기억은 측두엽 등 각각의 엽들은 자신만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 영역들이 서로 협업하기에 인간은 분석하고 이해하며 계획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성격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성격유형을 분류하고 있지만 사람의 성격을 일관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얼마든지 성격 특성은 강화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유아기를 지나면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뇌에는 '가소성'이 있기 때문에 뇌는 변할 수 있음을, 습관은 언제든 바꿀 수 있음을 강조한다. 다만 완전히 새로 거듭나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현재에 적용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존재, 즉 자기감은 인간만이 가지는 능력이다."
"기억력을 담당하고 있는 기능이 손상돼도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새로 얻은 정보를 잘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알고 있거나 익숙한 것과 연관 짓는 것이다."
책은 풍부한 뇌과학 지식을 담고 있다. 또한 잘못된 정보들도 바로잡는다. 예를 들어 인간은 평생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속설은 어처구니 없는 거짓이라고 말한다. "뇌의 저장 용량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억에 새로운 경험과 기억들이 더해지면 계속 변화할 수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소개한다. '협상할 때 분노와 짜증을 드러내면 더 유리하다'는 내용이다. 상대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양보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조용히 앉아만 있을 때보다 분노를 해야 훨씬 더 많을 것을 얻게 되는 거라니.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때는 해볼만한 이야기지만 나쁜 의도로 이 '뇌과학'을 이용하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