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으로 사람을 다루는 능력을 놓고 보면 푸셰가 나폴레옹보다 한 수 위였다." / 발자크
조제프 푸셰. 이 낯선 이름이 궁금한 이유는 위의 한 문장 때문이었다.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시대를 뒤에서 이끈 기회주의자 조지프 푸셰의 삶을 이야기한다. 저자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서문에서 이 패덕자의 삶을 끄집어 내는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나폴레옹은 이미 100년 전에 "정치는 현대의 새로운 숙명"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정치권력 뒤에서 숨은 사람들을 알고 그들의 권력에 어떤 위험한 비밀이 숨어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현실의 삶에서 순수한 이념을 가진 인물이 주요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배후의 인물들이 주요 결정을 내린다. 영웅에 비하면 가치가 떨어지지만 실속은 더 나은 부류다. 분명 위험한 부류이지만 우리는 수완 좋은 푸셰의 삶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믿고 읽는'저자 슈테판 츠바이크는 탁월한 글솜씨로 세밀하게 배신자, 모사꾼, 파충류, 변절자로 불린 조제프 푸셰를 소환해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조제프 푸셰는 세계전환기의 한복판에서 모든 정파를 이끌었고 모든 정파가 와해된 뒤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았으며 나폴레옹과 로베스피에르 같은 거물과 벌인 심리전에서 승리한 인물이다. 그의 인생행로는 그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이며 근대 정치의 가장 흥미로운 인물임을 보여준다. 푸셰는 항상 승자 편에 있고 결코 패자 편에 있지 않는다. 그는 이념을 따라가지 않고 시간을 따라간다. 나폴레옹에 밀려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지 못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훨씬 더 오래 지녔던 기회주의자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평한다.
"푸셰의 보기 드문 고유의 천재성은 '차가운 피'에 있다. 육체가 그를 방해하는 일도 없고 육체가 그의 마음을 격동시키는 일도 없다. 말하자면 육체는 이 대담한 정신의 역할에서 그 기능을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