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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언어 - 더없이 꼼꼼하고 너무나 사적인 무라카미 하루키어 500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도젠 히로코 엮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 이상하게 그의 책이 끌리지 않았다. '너도나도 하루키'에 대한 반발심이 작용했기
때문일까? 그리고 하루키의 책을 너무나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도통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후자일 것 같았다. 그럼에도 하루키를 알고 싶다.
많은 이들에게 하루키의 소설이 생활의 일부로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하루키의 언어>는 나처럼 그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이 책은 예습서가 되어주고 하루키의 팬들에겐
즐길 수 있는 가상공간을 만들어준다. 이 책은 그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키워드들을 사전 형식으로 구성한 책으로, 가나다순으로 하루키의 언어를 배열해 담아냈다.
하루키의 언어는 하루키가 자주쓰는, 하루키만이 쓸 수 있는 모든 말이 포함된다. 작품명, 등장인물, 작품 속 상징과 은유적 비유, 문학적 영향을 주고받은 작가들 그리고 하루키의 일상에서 사랑하는 것들인 요리, 고양이, 다림질, 달리기, 재즈 등 그의 개인적인 취향까지 하루키 월드라 불릴만한 '더없이 꼼꼼하고 너무나 사적인 무라카미 하루키어 500여 개'가 담겨있다.
한마디로 하루키의 작품은 '치유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판타지 요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전개된다니 호기심이 생긴다. 가볍고 낙관적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책을 통해 하루키가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그의 작품 속에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루키의 등장인물들은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그가 즐겨 먹는 메뉴를 만들고, 그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타고, 그가 사랑하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평범한 나날들을 착실하게 보낸다. 그가 쓴 모든 책들에 그의 개인적인 역사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골고루 반영되어 있다. 그 다양한 키워드들이 세심하게 담겨있어 하루키를 알기에 충분하다.
도대체 그의 매력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런 책까지 만들어지는 걸까의 의문은 아마도 하루키만의 디테일과 재미가 독자들에게 산뜻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물론 이렇게 한마디로 하루키는 정리할 수 없음을 안다. 너무나 많은 하루키스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루키에 대한 연구서나 해설서는 이미 100권이 넘게 출간되었다니 아직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게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다. 오래전 <노르웨이의 숲>과 <1Q84>를 대충 흘려본 적은 있지만 그땐 비일상적인 느낌이 불편했다. 다시 읽어본다면 같은 느낌일까? 아니면 다르게 와닿을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제일 먼저 읽게 될 작품은 <해변의 카프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