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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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건축물이 있고 우리는 건축에 깃들어 산다. 그 안에서 우리는 다시 변모한다.


이 책에 다른 제목이 필요 하다면 ‘여행과 건축’이 어떨까 싶을 만큼 책은 많은 여행기를 품었다.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 책에 나와 있는 곳을 참조해도 될 만큼 공간에 대한 이해도는 높고 흥미롭다.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 브라질 등 그 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역사를 다루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까지 잔잔하게 담았다.


그 중 나는 세계무역센터의 십자가 편에 매료됐다. 2014년 9.11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은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곳임에도 지상에는 그 흔한 기념탑 하나 없다. 무너진 건물의 위치와 크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곳에 두 개의 수반만이 존재한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건축이라면 무릇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가치관에 딱 맞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9.11추모공원을 찾아보니 우리나라 삼풍백화점 위령비가 절로 떠오른다. 사고현장에서 5km나 떨어진 양재 시민의 숲 공원 깊숙한 곳에 간신히 자리한 목적 잃은 추모비를 생각하니 이러고도 선진국이냐 싶은 자괴감이 든다. 성수대교 위령비는 또 어떤가. 고속도로로 둘러싸여 대중교통이나 도보로는 접근이 아예 불가능하다.


건축가는 그림을 잘 그리는 예술가가 아니라 도면으로 말하는 학자요 자연을 중심에 놓고 보존과 보호를 통해 도시재생을 이루어내고 마을의 부흥을 끌어내는 역할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넘치는 인재들이 미국 못지않은 기념공원을 만들텐데, 애플스토어와 츠타야 서점이 아무리 보기 좋아도 우리만의 색깔을 띤 건축물을 얼마든지 지을 수 있을텐데, 젊은 건축가 이규빈 저자가 30개국 나라에서 보고 느낀 재주를 펼치길 희망한다.


그가 고흐가 사랑한 수도원에서 마르세유 다리에서 말할 수 없는 평화를 느꼈듯 훗날 그의 뒤를 이은 건축가는 서울의 한강다리와 명동성당에서 평화를 맛보길 원한다. 그 자리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기를 바란다.


“유가족들의 요구 사항이 상당히 많았다. 예를 들어 폭포 가장 자리 동판에 새겨진 이름의 위치도 일일이 조정된 것이다. 희생자가 실제로 친했던 사람들 이름 곁에 함께 놓이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어 배열했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약 3 천명의 이름이 새겨졌다.”p197


"9.11 추모 공원에는 기념비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이 기념관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이곳을 떠올린다. ‘공공성’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찾아오고 기억해주지 않으면 사건의 당사자에게도 의미 없는 기념관이 되어버린다. 누군가에게 특정된 경험이 아닌 ‘보편적 경험’을 많이 담아 낼 수 있는 건축이야말로 가장 기념비적인 건축일 것이다.”p199


*출판사의 지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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