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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평점 :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 평론가 겸 작가. 마틴 게이퍼드의 미술여행기다. ‘미술가의 작품은 그들의 개인적인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집에 앉아서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작품에 담긴 방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으니 떠나야 한다는 고단한 여행가의 풍경이 있는 예술.
3편에 등장하는 퍼포먼스 미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신체를 고문하는 행위를 예술로 표현하는 사람들의 믿기 힘든 철학은 현대 미술에 문외한 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지만, 그들의 방식이 무엇을 말하는지 아주 조금 이해가 가긴 한다. 뛰어난 미술가를 만날 때 가끔 그런 것처럼, 나도 약간의 변화를 경험했다.
‘그녀는 작품을 위해 살점을 칼에 베였고, 거의 질식에 이르는 상황을 견뎠으며, 완전히 노출된 뉴욕의 한 갤러리 공간에서 12일 동안 굶주린 채 지냈다.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는 한편, 나체로 얼음 위에 눕기도 했다. “완전히 열어젖히고 연약한 상태로 발가벗는다면, 정말 믿기 힘들만큼 감동적이에요. 뉴욕에서 내 작품<집 House>을 선보일 때, 단식하는 12일 동안 1천 2백 명이 와서 나를 보고 울었죠. 아마 반복해서 계속 왔을 거예요.” 그녀의 목적은 고통이 아니라 해방이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사생활에서 연약함을 느끼고, ‘자존감이 낮은’ 일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생활해요. 하지만 퍼포먼스를 하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거대한 대중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어요. 또한 원하는 것은 뭐든 할 수 있죠.”
어줍잖은 독자의 서평으로 그녀의 본질이 흐려질까 염려해 말을 아낄 만큼 그녀는 위대했다.
저자는 미술작품을 보기 위해 떠나는 긴 여행은 인간의 관심이 특정한 방향을 향하기 때문이라 했다. 인간의 집중력을 향상하고 사물을 달리 보고 죽음까지 관통하는 특별한 시선이 복잡한 현대미술과 접목될 때 간혹 미치거나 그 반대이거나 죽거나 그 반대여도 아무상관 없을 평평하고 납작한 세상. 그 정도가 미술인 듯싶다. 예술과 풍경은 자연을 여행할 때보다 깊었다.
*출판사 을유문화사의 지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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