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 여행자 오소희 산문집
오소희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집을 지으며 집 안에 꼭 두고 싶었던 공간은 길이었다. 길 중에서도 작고 단단한 정방형 돌들을 콕콕 박아 만든 중세 유럽의 포장도로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침대에서 다리를 내려 그 타일 위로 발을 얹는다. 발바닥에 닿는 볼록한 돌의 감촉으로부터 내가 길 위에 섰음을 느낀다. 스페인의 론다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었던 그 반질반질 닳아버린 포장도로를, 그때의 노곤하고 얼얼한 발의 감각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면 설렌다. 여행자의 집에 깔린 이 길을 믿는다.’

P 095

 

떠날 수 없는 코로나 19시기에 집안으로 중세유럽을 들이는 방식으로 떠남과 멈춤의 경계를 허무는 여행자 오소희의 쾌활한 산문집이다. 돌고 돌다가 마침내 부암동에 집을 짓고 나다움으로 채운 집에서 가족의 무한 지지를 받으며 글을 짓고 공간을 나누는 사람. 책은 내내 사람과 집과 여행지를 말한다. 잘못내린 기차역에서 대놓고 오줌 누는 장면을 풀어낸 입담이 정답다. 결핍인줄 알았던 것은 사실 과잉이었다고, 우붓에서 적게 먹어 느낀 배고픔이 실은 배부름에 대한 상대적 감각이었음을 고백했다. 느려터진 인터셋은 실은 과하게 빠른 온라인 상태에 대한 상대적 감각이었음도.


여행지 발리 그 중 우붓. 국내 한 달 살기가 시들한 이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그곳을 반년씩 오가며 균형을 잡았다. 마침내 더 이상 떠나지 않아도 되겠다고 다녀온 자의 여유를 맘껏 부리는 글발은 새침한 시 같다. 우붓이라면 잘못 든 산책길에 짜증을 부리는 일 따위 없는 곳 아닌가.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면 될 일. 노동으로 하루를 꽉 채운들 그다지 절망적이지 않은 곳. 그녀는 ‘일탈’하지 않는 어른은 병들기 마련이니 우비를 입고 빗속으로 들어가라고 조용히 권했다. 이로써 나는 코로나 19가 끝나면 가장먼저 발리 행 비행기를 예약해야겠다. 물론 우비는 그곳에 도착해야 살거고, 용기를 조금 더 내 오토바이를 배울 참이다.


‘사랑하는 추억을 수시로 바라볼 수 있게 과감히 집을 꾸릴 일이다. 길에서는 그런 추억을 만들기 위해 과감히 몸을 던질 일이다.’


*출판사 북라이프의 지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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