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가을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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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fsttij Der Middeleeuwen

책 내용뿐만 아니라 저자와 책 출간에 얽힌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가져보긴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버지의 메독(요즘으로 따지자면 에이즈)이 자신에게 유전되지 않을까 평생 두려워 하며 괴로워 했고, 조울증 기질이 있던 저자는 어쩌면 죽음에 대한 심리로 인해 천재성을 발휘 했을지도 모르겠다. 스티브 잡스도 그랬고, 죽을 고비를 넘기거나 죽음을 안고 사는 사람은 보통사람들과 다른 커다란 경지에 도달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기전 저자의 삶을 이해 함으로써 책을 이해하게 되는 큰 밑그림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 1872년 네델란드에서 태어나 1,2차 세계 대전을 경험했으며 세계적인 학자이자 노벨 문학상 후보까지 올랐다가  1945년 세상을 떠났으며, 이 책은 47살에 출간했다.

 

책의 출간과 번역도 매우 이체롭다. 1919년 처음 출간되었을때 네델란드내에서는 역사책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받았으나, 오히려 독일에서 혁신적이라 평가를 받고 1923년 독일어 번역본이 나오면서 유럽전역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나,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으로 출간 된것, 이번에 읽게된 연암서가의 책은 1924년 영역본을 바탕으로, 1996년 미국에서 나온 영역본(네델란드어판 수정2판 완역)을 참고하여 번역 했다는 이력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중세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대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에 많이 노력했다는 역자의 말에서 역자의 노력을 느낄 수 있으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앞으로 일정 시간이 흐로고 나서 다시 읽을때 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싶다.

 

어렸을적 교과서에도 중세를 암흑기라 배웠으며, 지금도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탈리아 르네상스 대표적 문인 페트라르카가 정의 했으며, 근대 초기 개신교 저술가들도 중세를 로마 카톨릭 교회했기 때문에 과소평가에 동참) 이 책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중세가 암흑기가 아닌 근대 자본주의의 기원이며, 미술 양식을 비롯하여 나름의 문화와 예술, 아름다움을 가진 시대로 보는게 맞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것에 크게 공감한다.

 

1907년 강을 따라 산책하다가 석양이 짙어지는 가을 하늘을 보며 문득 중세의 후기가 저런 색깔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고 네델란드를 지배했던 부르고뉴 공국의 역사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저자의 조국인 네델란드를 지배했던 14세기와 15세기의 부르고뉴역사가 이책의 메인인데, 부르고뉴 공국을 이야기 하면서, 자연스레 프랑스를 이야기 하게 되고, 당시 백년전쟁을 했던 잉글랜드 등 부르고뉴를 폭넓게 이야기 하려다 보니 중세후기를 다루게 된 것 같다.
기존의 역사는 정치와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았지만, 이와 달리 문화적,심리적 설명을 제시하려고 했던 저자의 역사관 덕분에 중세 후기에 대해 폭넓게 접하게 되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중세인의 심리를 대비,놀이,이야기 세가지 키워드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작품 해설도 쉽지 않은 이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던 것 같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당시 사람들이 처형을 좋아했다던지,봉건제 하에서 영주의 착취를 당했던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해 할지 모르겠으나, 당시나 지금의 사람 살아가는 것에 차이가 과연 있을까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각종 질병에 의한 고통 및 의료치료 등의 차이는 물론 크게 있겠지만...)

 

14세기와 15세기를 르네상스의 안내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중세의 마지막 시기 자체로 보는 것, 중세 정신의 마지막 전개, 꿈과 환상, 소망과 놀이, 상징과 이상을 중시한 독자적 문화를 가진 시기로 파악했다는 점이 크게 와 닿았다.

 

막연했던 중세시대를 이책을 통해 잘 알게 되었고, 실 생활, 미술, 그 당시 시대 상황 , 인간의 심리, 본성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상당히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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