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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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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설 공주>, <헨젤과 그레텔>, <인어공주>, <오즈의 마법사>, <잠자는 숲속의 공주>


 어렸을 때부터 흔히 들어온 이 동화들의 공통점은 전부 마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개중에서는 아름답고 착한 마녀도 있겠지만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녀의 이미지는 거의 일정하다너덜너덜한 검정 고깔모자와 망토를 두르고매부리코에 부리부리한 눈주름 가득한 심술궂고 악한 여자. (사실 이 이미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만들어낸 마녀의 이미지이기도 하다일명 해리포터 세대라고 불리는 지금의 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는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대개 마녀에 대해서 저런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이택광 교수의 <마녀 프레임>은 어떠한 시대적 배경과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 그러한 마녀魔女가 만들어 지게 됐는지그리고 더 나아가 일명 마녀사냥이라고 하는 현상이 어떻게 과거를 거쳐 현대에까지 존재하게 됐는지를 프레임 이론에 입각해 설명하고 있다.


근대 국가에서는 한때는 적이었다가 갑자기 동지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프레임이 변화하면 동일한 대상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어서 

과거에 내린 결정이 한순간에 뒤집힌다

마녀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희생양이다. - 11p


 책의 내용은 무척이나 흥미롭다근대의 싹이 돋아남에 따라 굳건한 중세 세계를 돌아가게 만들었던 종교와 신이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한다어떤 굳건한 믿음이 이전에 듣도 보도 못했던 새로운 이론에게 도전을 받고 심지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면 구론과 신론 사이의 격렬한 대립은 상상을 초월한다하나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위해서는 혼란의 과도기를 겪어야만 하는 것이다항상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흘러온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서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넘어가고 있는 수많은 페이지 속에서 마녀사냥’ 또한 존재한다.


 항상 그런 생각이 든다인간이 이 세상 존재들 중에서 가장 나약하지 않나하는 생각왜냐하면 인간은 누구의 탓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그 대상이 설령 자신이라면 모르겠으나 많은 경우에 대상은 타인이그것도 소수가 되고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중세에서 마녀로 몰렸던 여성들은 그 자신을 포함에 수많은 주체들로부터 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세인들이 예측한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마법을 의심했다는 사실이다

중세는 규칙이 지배하는 세계였고 이 규칙이 흐트러지면 

악마나 마녀가 마법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97p


 사실 현대에 들어 그러한 마녀사냥이 더 줄어들었는가하면 아니라고 생각한다전 세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온갖 정보는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사실인양혹은 거짓인양 빠르게 퍼진다어떠한 검토도 거쳐지지 않은 채로 퍼지고 변형된 정보들은 마치 흙바닥에 뿌려진 소금 알갱이 마냥 결코 원상태로 복구될 수 없다수많은 디지털 매체들을 거치며 마녀가 되어가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에도 화형은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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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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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빨강이 독서일지에 따르면 2011년 9월 쯤에 읽은 책이다.

(그러나 빨강이는 현재 반도 채워지지 못한 채 구석기 유물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

 

 나름 의미가 깊은 책인데, 내게 한국현대문학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국문과이긴 하지만  한국문학을 즐겨 읽은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주 어릴 때는 오히려 청소년 문고판 외국문학이라던지 환상문학 쪽을 많이 읽었고, 수험생일 때는 현대문학이라고 해봤자 언어영역에 나오는 소설들(일제강점기~7,80년대)을 '재미가 없더라도' 읽어야만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현실을 그리는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기회가 없었다. 박민규, 김애란, 김연수 등 계속 왕성하게 활동하는, 내로라하는 수많은 작가들이 이름을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다.

 

 대학에 갓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이라 그랬는지 수업시간에 다루는 텍스트도 대게 딱딱한 편이었고, 놀기에 급급했던 나는 현대문학을 접할 수 있었던 수업에서도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애초에 각 잡고 읽을 생각은 안하고 수업시간에 받은 텍스트 일부만 읽고 덮었으니 그럴만도-_-;; 

맨날 결심만 일삼았지 책이라곤 담을 쌓고 있었던 무렵이 지나고, 2학년 중반 쯤 가자 과생활도 재미가 없고 내 할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책을 좀 읽어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도서관엘 갔고 서재를 하릴없이 돌아다니다 우연히 딱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라이팅 클럽'

 

 작가의 이름도 책 제목도 낯설었는데, 그냥 뭐에 홀린듯 책을 뽑아들고 대출을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작가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했던, 그리고 작가와 작품명을 일치시키지 못했던 내가 바뀌는 순간이었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음악에 있어선 여전히 그 버릇이 안 고쳐졌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한 일주일을 곱씹으며 책을 읽었다.

 

 이 소설은 소설가가, 글쟁이가 되고 싶어하는 한 모녀의 이야기이다. 엄마인 김작가는 허름한 계동 글짓기 교실을 열어 허섭스레기같은 주부들의 글을 다듬어주는 한평생 아마추어 작가이다. 딸인 영인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한심스러워하며, 그러나 그 역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설령 사랑을 하거나 유명한 소설가를 쫒아다니고, 외국으로 이민 아닌 이민을 떠나는 일까지도- 작가 지망생이다. 소설은 스펙타클 하지 않다. 그저 담담하게 그녀들의 사는 모습을 몇 년이고 보여줄 뿐이다. 

 

 이 두 사람의 얘기가 와닿았던 이유가 뭘까. 어쩌면 부러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가끔씩은 소설 같은 것 써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 뿐, 그 불씨는 순간 타올랐다가 금방 잿 속으로 사그라든다. 그것은 귀찮음을 동반한 실패와 두려움, 포기, 실망 따위가 새까맣게 그을린 잿더미다. 그러나 소설 속 모녀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것이 설령 하잘 것 없는 시도일지라도, 열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 계속해서 부채질을 한다. 자신이 열망하는 것을 위해 사는 걸 주저하지 않는 여자들을 보며 나자신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무엇을 위해 네 한 몸 다 던질 수 있겠니?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어.

 

 한국문학은 문제 자체가 뚱하고 시니컬한 맛이 있는 것 같다. 약간은 꼬아 비틀어서 웃기는? 그게 트렌드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 자체가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딱딱하다거나 거슬리게 느껴지진 않고 오히려 다정하다. 뭐랄까 약간 엄마와 딸의 느낌이다. 괜히 서로 틱틱대고 삐지고 토라지고 하다가도 금세 엄마~ 딸래미~ 하면서 깔깔거리며 웃을 것 같달까. 그래서 좋다. 어쩔 때는 피식 거리게, 또 어쩔 때는 파하하- 크게 웃을 수 있게 만드는 힘이 거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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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 이시형 박사의 산에서 배운 지혜
이시형 지음, 김양수 그림 / 이지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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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오랜만에 휴가를 나온 군인 고향친구를 만났다. 강원도에서 우리들의 고향까지 가는 차편이 없어서 서울에서 갈아타고 가야했기에 이왕 오는 거 겸사겸사 만날 약속을 잡은 것이었다. 진영에서 막 나온 참이라 녀석에게는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계가 없었다. 스마트 폰은 고사하고 변변찮은 휴대폰 하나 없었기에 우리는 만남부터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간신히 공중전화를 찾아 연락이 닿으면 또 길이 엇갈리고 그렇게 약속시간보다 사십분이나 지난 후에나 만날 수 있었다. 진부하게도 그 때 딱 생각이 들었다. 진짜 이런 거 없이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확실히 현대인들은 '기계친구'들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인간이 해야할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기계를 만들었지만 그로 인해 인간들은 '더 빨리 더 많이'를 입에 달고 살아야만 한다니 참 아이러니다. 삶에 있어 빈틈은 소중하다.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하고 하루를 일로만 꽉꽉 채운 후에 느끼는 보람은 진정한 보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여유를 가지고 내 앞에 난 길 하나만 득달같이 쫒아갈 것이 아니라 그 길 주변의 것들을 사랑스럽게, 소중하게 바라봐 주는 삶. 우리가 추구해야할 삶이다.

 <이제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2-4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들을 모아 묶었다. 물론 각 소주제에 따라 묶여있기는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눈 딱 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좋을듯하다. 평소 각 잡고 앉아 글을 읽을 시간이 안되는 직장인들에게 짤막한 글들은 답답한 지하철에서 한 모금의 상쾌한 숲 속 공기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는 결코 산에서 살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사실 모든 사람이 산 속에서의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산도 없으며, 이미 첨단문명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수백, 수천 년 전 삶의 방식을 따를 리도 없을뿐더러, 어찌저찌 산에서 산다 하더라도 결국 그 산조차 도시가 되어버릴 것이다. 반면 사람들이 버리고 온 옛 도시는 산이 되어버리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산이 산으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단지 자연을 가까이에 두고 그 자체를 인정하며 소통하고 살길 당부한다. 인간이 스스로 자기만의 독선에 빠지지 않고 이종異種이자 동시에 동종同種인 수많은 생명체들과 시간을 공유하며 살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인상적인 구절>

우리는 쫓기느라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고, 그리고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삶의 현장에선 느린 걸음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빠른 사고, 빠른 행동이 자유를 낳고 여유를 만들어줍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111p
 
지금 여기 순간을 살아야 합니다.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르 기획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거기에만 매달렸다가 가장 중요한 시간 현재를 놓치고 맙니다. 그건 곧 인생을 놓친다는 뜻입니다.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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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배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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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청소년 문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소설은 많이 읽어보지 못했었다. 내가 나이가 들어버려서였을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막연히 조금은 유치하고 비현실적인 조언이나 꿈들로만 가득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확실히 책을 읽으면서도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고는 말 못할 것 같다. 나에게는 이미 지나버린 시간들을 많이 잊고, 잃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재밌었고 독특했으며 신기했다.

 잉여인간이 꿈인 태봉과 전교 1등 슬아. 그들은 겉보기에는 서로 정반대편에 서 있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닮았기에 모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둘을 보면서 버림과 소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태봉은 무엇도 가질 수 없기에 그나마 있는 것도 내버리려고 한다. 또한 슬아는 버려지지 않기 위하여 무엇이든 가짐으로써 자신만의 동앗줄을 만든다. 처음에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넌 왜 다 버리려고 하니? 그러는 넌 왜 못가져서 안달이니. 그러나 이야기의 끝으로 갈수록 둘은 버림과 소유 그 중간지점인 '선택'에 대해서 깨달아간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태봉이 아버지의 일기장과 슬아의 어머니가 전화통화를 하는 부분이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 아이들 둘의 감정보다 그네 부모님들의 마음에 더 공감을 하게 되다니. 이상하다....난 아직 이십대인데.....철이 든 건지. 동심을 잃은 건지 알 수 없다. 어쨌든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솔직함 때문이다. 평소 일상에서만 보아도 아버지들은 홀로 외로움을 감춘다. 아버지가 슈퍼맨보다 강할 거라고 믿는 어린 자식들은 점점 자라면서 아버지의 좁아지는 등을 느낀다. 그리고 당신께서 그저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기장은 아버지가 듬직한 가장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이기에 그만큼 미숙하고 불완전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슬아 어머니의 대사도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설령 입양아라고 해도 슬아의 어머니가 딸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슬아와 상하를 대하는 행동에는 분명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 오히려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욕망이라는 것이 혼자 자라는 것 같냐고 반문했던 그녀의 말이 떠오른다. 욕망은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선택 또한 욕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치면 우리는 모두 욕망하며 살아가는 셈이다.

 소설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몇몇의 등장인물을 비롯해 이야기의 연계가 다소 인위적이라는 것이었다. 현실성 있기보다는, '자신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글의 교훈을 실현시키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주인공들이 내뱉는 대사나, 근수의 랩 등에서 그다지 공감이나 진실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 또한 곳곳에서 차용한 소재며 이미지들, 가령 웜홀과 순도 100센트 금 같은 것들이 한 데 어우러지기보다는 좀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상깊었던 구절>

상상은 상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상상으로 위로받아 힘을 낼 수 있다면 상상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 39p

"길바닥을 보면 말이야. 똑 고르고 편편한 것 같은데 비 온 뒤 보면 물이 고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어. 사람도 똑같다고 생각해.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나름의 그늘과 굴곡이 있어.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 107p

"정해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마치 정해진 길이 있는 거처럼 똑같은 길로 똑같은 행동을 하며 가는 것 같아. 프로그램이 입력된 자동인형들처럼.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것도 모른 채 말이야. 대개 그런 부류들은 묻지도 않아.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1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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