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 이시형 박사의 산에서 배운 지혜
이시형 지음, 김양수 그림 / 이지북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 오랜만에 휴가를 나온 군인 고향친구를 만났다. 강원도에서 우리들의 고향까지 가는 차편이 없어서 서울에서 갈아타고 가야했기에 이왕 오는 거 겸사겸사 만날 약속을 잡은 것이었다. 진영에서 막 나온 참이라 녀석에게는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계가 없었다. 스마트 폰은 고사하고 변변찮은 휴대폰 하나 없었기에 우리는 만남부터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간신히 공중전화를 찾아 연락이 닿으면 또 길이 엇갈리고 그렇게 약속시간보다 사십분이나 지난 후에나 만날 수 있었다. 진부하게도 그 때 딱 생각이 들었다. 진짜 이런 거 없이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확실히 현대인들은 '기계친구'들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인간이 해야할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기계를 만들었지만 그로 인해 인간들은 '더 빨리 더 많이'를 입에 달고 살아야만 한다니 참 아이러니다. 삶에 있어 빈틈은 소중하다.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하고 하루를 일로만 꽉꽉 채운 후에 느끼는 보람은 진정한 보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여유를 가지고 내 앞에 난 길 하나만 득달같이 쫒아갈 것이 아니라 그 길 주변의 것들을 사랑스럽게, 소중하게 바라봐 주는 삶. 우리가 추구해야할 삶이다.

 <이제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2-4페이지 정도의 짧은 글들을 모아 묶었다. 물론 각 소주제에 따라 묶여있기는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눈 딱 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좋을듯하다. 평소 각 잡고 앉아 글을 읽을 시간이 안되는 직장인들에게 짤막한 글들은 답답한 지하철에서 한 모금의 상쾌한 숲 속 공기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는 결코 산에서 살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사실 모든 사람이 산 속에서의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산도 없으며, 이미 첨단문명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수백, 수천 년 전 삶의 방식을 따를 리도 없을뿐더러, 어찌저찌 산에서 산다 하더라도 결국 그 산조차 도시가 되어버릴 것이다. 반면 사람들이 버리고 온 옛 도시는 산이 되어버리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산이 산으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단지 자연을 가까이에 두고 그 자체를 인정하며 소통하고 살길 당부한다. 인간이 스스로 자기만의 독선에 빠지지 않고 이종異種이자 동시에 동종同種인 수많은 생명체들과 시간을 공유하며 살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인상적인 구절>

우리는 쫓기느라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고, 그리고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삶의 현장에선 느린 걸음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빠른 사고, 빠른 행동이 자유를 낳고 여유를 만들어줍니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111p
 
지금 여기 순간을 살아야 합니다.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르 기획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거기에만 매달렸다가 가장 중요한 시간 현재를 놓치고 맙니다. 그건 곧 인생을 놓친다는 뜻입니다.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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