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탄길
이철환 지음 / 삼진기획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가슴이 척박해져가던 하루의 삶이 뭉클해진다. 자연을 벗을 삼아 생을 논하는 나약하기까지 한 감상에 빠져든다. 그것은 어릴 적 산동네에 살았던 기억이 가물거리며 돋아나와 가슴을 따스하게 적셔 놓았기 때문인 것 같다. 눈이 오는 날이면 우리 모두는 연탄재를 들고 나와 길에 뿌려놓았었다. 누가 넘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옆집에 어떤 일이 생기면 내일처럼 즐거워하고, 아파하던 기억들.
세상의 각박한 모습 때문에 이제는 거리의 걸인도 색안경으로 바라보게 된다. 진짜일까? 하는 의구심에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얇은 옷을 입고 거리의 행인들에게 손 내미는 할머니의 손길이 나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의 모습에 가슴아파하던 양심의 한 조각마저 존재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느끼는 섬뜩함.
책을 읽던 사이사이로 잊혀져가던 양심의 조각이 가슴을 부드럽게 적셔오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상처를 주지 않고 남을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렵던가. 그리고 소리 없이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저자는 본서의 여러 이야기들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기를 권장한다. 한 이야기를 읽고 여러 날을 생각해보기를 바랬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잡은 순간, 쉬이 놓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