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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봄봄 - 동아리글모음 42
김유정 / 덕우출판사 / 1994년 1월
평점 :
절판
평범한 시골마을, 그 마을의 마름인 장인. 글 속의 나는 4년이나 머슴으로 부려먹고도 성례를 시켜주지 않는 그의 장인과 계속해서 밀고당기는 실갱이를 벌인다. 보통 같으면 1년만 일하고도 성례들을 하는데 그의 장인은 유독 그 일을 미루는 것이었다. 그 집에는 딸이 셋이다. 첫째딸은 자신이 오기전 시집을 갔는데 그 때는 10년이나 끌면서 부려먹었다니 정말 할 말 없는 어른인 셈이다.
게다가 그 첫째딸의 경우에는 14번이나 사람이 바꼈고 자신은 둘째딸의 사위후보로써 세번째라는 것이었다. 일 잘하고 튼튼하기 때문에 농사일을 도맡아 하는 그였기에 계속해서 점순(셋째딸)이 미처 덜 자랐다는 이유로 이래저래 미루기만 하는 장인이 미웠다. 그렇다고 어떻게 싸울수도 없는 노릇. 그도 그냥 미적거리기만 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런데 어느날 언제까지 끌거냐는 투의 점순의 중얼거림을 들은 뒤부턴 좀더 강도를 높여 장인과 다투기 시작했다. 마을의 구장을 찾아가서 하소연도 하고 장인을 붙들고 싸우기도 하고 장인과 사위의 밀고당김 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결국에는 서로의 바짓가랭이를 붙들고 실갱이를 하다 점순이와 빙모의 손에 귀가 잡히고 점순이의 핀잔을 듣는다. 그저 평범한 시골의 일이고 또 어찌보면 장인과 싸우는 특이한 사위일 수도 있는 소설속의 ‘나’였다.
솔직히 그다지 별다른 느낌 같은건 없었다. 하지만 뭔가 풋풋한, 예상외로 따뜻한 느낌같은 것이 들었다. 간간이 그들의 어이없는 실갱이를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끝부분의 말도 웃겼다. “이 자식! 장인의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그의 장인이 아픔을 견디다 못해 할아버지란 소리까지 하면 애원을 하였던 것이다. 참 웃겼다. 현재 같은 상황에선 볼 수가 없는..그런 광경이었다. 사위와 장인의 밀고당김. 재밌기도 했고 한결 여유로워 지기도 했다. ‘나’가 부디 장인에게 이겨 점순이와 성례를 올리게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