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한빛문고 5
이효석 지음, 권사우 그림 / 다림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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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의 '메밀 꽃 필 무렵'은 한국 단편 문학의 수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소설 중에 장편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재질은 단편에서 특히 두드러져 당시 이태준, 박태원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단편작가로 평가되었다. 동반 작가로 데뷔한 이효석은 자연과의 친화성을 꾀한 작가, 성(性)의 문제를 도덕적 상상력의 권외에서 접근한 작가, 이국 취미에 유달리 깊게 빠진 작가 등으로 평가 받는다.

이 소설도 그의 다분한 이런 경향을 잘 나타낸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메밀꽃이 피었던 달밤. 한 여인과 맺은 단 한번의 사랑의 추억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는, 그러나 다시 만날 수 없는 아픔을 안고 장을 떠돌았던 한 장돌뱅이 생활의 애환을 통해 삶의 한 단면을 그려낸 이 소설은 줄거리가 비교적 잘 알려진 소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에서는 배경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의 배경은 사건의 진행이나 주제 형성, 전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작품을 서정적이고, 시적인 경지로 승화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 한 편의 서정적인 영화를 본 듯하다. 어릴 적 본 드라마 중에서 여주인공이 솜 밭은 구경하면서 어떤 시인이 이것을 소금으로 표현한 적이 있다고 말한 장면이 있다. 그때 그 하얀 솜들이 정말 드라마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멋진 장면을 연출했었다. 이 소설도 바로 그러하다...달빛이 비치는 길...고요함 속에 들리는 허생원의 말소리...동이의 등에 업히는 허생원 등...부성애와 자연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는 소설...당장이라도 진한 메밀꽃 향기가 풍겨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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