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편제 ㅣ 이청준 문학전집 연작소설 2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1998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민족의 정서로 한을 꼽으면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가. 흔히들 팔자려니 업보라느니 하는 말을 잘쓰지는 않아도 생각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정서 깊은 곳에는 그러한 한이 서려 있다. 우리 민족의 성격인 것이다.
이 서편제는 이청준의 남도사랑 연작이라는 연작 소설중에서 소리의 빛, 서편제, 선학동나그네, 새와나무, 다시 태어나는 말의 연작이다. 이청준은 이 남도사랑 연작을 쓰는 시기에 맞추어서 언어사회학서설이라는 또다른 연작을 썼다. 따라서 이 두 연작을 같은 시기에 썼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함께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70년대에 이 작품을 쓰면서 작가는 현실의 억압적인 유신상황하에서 작가로서 진실을 표현하지 못하고 언어와 괴리되는 모습을 언어사회학서설에서 다양한 고민 지점으로 표현했고 이러한 고민과 번민에서 탈출을 시도한 것이 소리를 통한 그것도 한이 깊이 서린 서편제라는 소리를 통한 승화를 모색한 것이다. 결국 남도사랑연작의 마지막 다시 태어나는 말에서 작가 이청준이 작가로서 양심과 현실사이의 괴리를 극복하려는 힘겨운 고민과 번민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가슴속의 한을 원망이나 복수로 갚지 않고 용서로 그것을 승화시킴으로서 자신의 창작으로 완성해 가는 것이 판소리의 소리의 득음과 관련이 있는 것에서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처지와 자신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