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 워크 저널 -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카일라 샤힌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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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평범한 경험 중 하나'라는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지난 5년 세월이 흐르고 6년째 마주하는 '5년 후 나에게'와 오늘로 꼭 592일째 '하루 5분 아침 일기'를 기록했던 시간들이 나를 발견하는 일이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벗어나기도 했지만, 그 시간의 내 감정을 기록하면서, 도무지 감사할 거리를 찾고 싶지 않았던 날들엔 육체가 온전히 제 기능하는 것을 감사로 적어 넣었다. 감사하다, 고맙게 여기니 나의 삶이 감사하고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섀도 워크 저널'에서 풀어나갈 나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일.. 좀 긴장되지만 나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꼭꼭 억눌렀던 나를 마주하는 일이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약간의 설렘도 있다.

"그림자를 탐구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불편하거나 불안해질 수도 있고 그런 반응 모두 자연스럽고 필요하다."
"그림자 탐구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과 깨달음을 기록해보자. 또 왕성하게 활약하던 내 그림자가 어떤 변화와 성장을 겪는지도 추적해보자."
"그림자 탐구는 각자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속도와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림자를 통합하는 과정은 연금술과 닮았다. 상처는 지혜로, 두려움은 용기로, 한계는 무한한 잠재력으로 바꾸는 내적 변화가 바로 그림자 통합이다."

'상처는 지혜로, 두려움은 용기로, 한계는 무한한 잠재력으로 바꾸는 내적 변화'라는 문장이 마음에 든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만나고 있는 모든 것들은 힘든 삶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인데, 깨달음과 삶의 용기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한 걸음 한 걸음 내 안을 환하게 밝히고 싶다. 어떤 질문은 나의 20대, 30대에서 마주했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다.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섀도 워크 저널'에 기대어 떠오르는 생각을, 마음 안에 일어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의 시간으로 달려가 오래도록 그 시간에 빠져 들었다. 그때의 어린 나를, 중년의 내가 가만히 보면서 새삼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섀도워크저널 #카밀라샤힌 #푸른숲 #불렛저널 #셀프저널 #내면셀프케어 #힘은내안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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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세트 - 전2권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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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가을에 받아보는 선물 한 권이 될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끌리듯 북펀딩에 참여했다. 소설은 오랜만인데 기대된다. 우리 곧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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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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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일 목요일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책표지도 그랬다. 척추뼈가 도드라진 등이 인상적이었다. 저마다 드는 생각은 다양할 것이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포옹 그리고 가만히 등을 토닥이면 따뜻한 위로가 되니까. '아니, 내 등이었네..' 샤워기를 등에 대고 따뜻한 물을 흘려보낸다.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물의 따뜻한 온도가 마음 안으로 조용히 들어온다.
슬픔을, 마음의 정신적 고통에 잠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다.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할수록 더욱 깊숙이 가라앉았다. 누군가는 시간이 약이라고 말했고 나는 그 시간이 까마득하게 멀 것만 같아 싹둑 잘라 버리고 싶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고통과 슬픔으로 깨끗이 해방되고 싶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나는 이 고통과 나란히 가고 있지만 삶의 수많은 일들 중에 하나라고, 그에 대한 당연한 현상을 겪는 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종종 삶에 대한, 내 생각에 대한 의문이 자꾸만 들어 이리저리 헤매인다. '내용과 모양은 다르지만 타인은 어떻게 걸어갈까?' 자, 이제 만나보자!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분명한 건, 이야기를 만나기 전과 이야기를 만난 후는 다를 테니. '제게 말해주세요! 확신을 주세요! 잘 걸어가고 있다고..'

2024년 5월 9일 목요일
"그들은 두려움과 무지, 의심을 내 안에 밀어 넣으며 거친 두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지 그러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원서의 제목은 'Reckoning', 한국어판 번역서 제목은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두 제목을 놓고 가만히 생각한다.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일들은 이미 벌어지고 우리에게 고한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리는데 그만 덮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만나자.. '이 마음의 어둠을 모조리 거둬 가세요! 모조리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바람과 달리 자꾸만 맴도니,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2024년 5월 12일 일요일
오늘은 정말 작정하고 읽기로 마음먹었다.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고.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르는 악행에 몸서리친다. 이들에 비하면 나의 고통은 보잘것없다. 아니, 비교조차 할 수 없다.

2024년 5월 13일 월요일
그나저나 걱정이다. 읽어야 하는데 읽을수록 두렵고 마음이 아파..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난 그들의 고통을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어. 세상에 이렇게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고, 누군가는 손길이 필요한 곳에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앞으로 가고 있는데 여전히 험난한 길이라는 것.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주저앉아버릴 수도 없는 현장의 참혹함이.. 나는 그들 의인처럼 되지 못하네. 가슴 아파할 뿐, 이것은 슬픔을 껴안았다고 할 수가 없다.. 마저 읽어야 하는데 두려워.. 차라리 읽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해.

2024년 5월 14일 화요일
할레드 호세이니 작가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이후로 힘든 이야기다. 책을 덮고 숨 고르기를 해야 했던 이야기들.. '그들의 슬픔이 너무 거대해서 나는 그 슬픔을 껴안을 수 없네..' 심호흡을 하고 만나야 하는 이야기. 책을 밀어놓고 창가에 모여든 햇살을, 햇살 아래 누워있는 나의 고양이들을, 헨델의 Passacaglia 피아노 음악을 곁에 두고 있다. 다섯째 시루가 다가와 햇살의 온기를 머금고 아장아장 품 안으로 왔다. 시루의 다정한 포옹과 온기가 가만히 스며든다.

2024년 5월 15일 수요일
"모든 생존자와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여정, 자기만의 과정, 자기만의 때가 있습니다."
"폭력은 제 존재의 구성 성분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제 모든 세포와 피, 몸 전체를 공포와 걱정, 죄책감, 두려움으로 채워놓았어요."
"우리는 폭력이 실제 인생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지 또 그 잿더미에서 일어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고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었던 많은 여자는 그 무엇보다, 자기가 저지른 범죄가 어떤 의미인지 가해가 정확히 깨닫기를 바랐습니다. 여자들은 진정한 치유가 일어나 미래를 꿈꿀 수 있기 위해서 그 일이 가장 필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 그들은 가해자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자기가 저지른 폭력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듯 사과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사과에는 실행이 따라야 하며 실행에는 방법이 중요하니까요. 사과에는 기도만큼이나 헌신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기꺼이 간청하고 겸허해져야 합니다. ··· 저는 사과가 우리를 깨끗이 씻어주고 새살을 돋게 하며 계속해서 나가게 하는 연고이자 약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과는 배워야 알 수 있습니다. 반드시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생존자들은 종종 '이제 그만 가해자를 용서하고 남은 삶을 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합니다. 저는 우리가 용서를 사용하는 방법이, 진정한 용서가 있기도 전에 어떻게 해서든 반성이나 이해처럼 꼭 필요한 과정을 건너뛰는 세태가 무척 우려됩니다. ··· 여기에서 용서는 피해자의 것이 아닙니다. 이런 용서는 일면 명령처럼 느껴지며 충분한 소통과 사과의 행위 없이 피해자의 고통과 가해자의 죄책감, 그 무엇 하나 제대로 해방시키지 못하는 의미 없고 텅 빈 형식일 뿐입니다."
"우리의 아픔을 가두고 감시하고 처벌하고 비하하지 않고 근원적 이유를 밝히고 치유하는 세상을 말이에요."
"그리하여 나는 썼습니다. 쓰고 또 썼습니다. 쉬지 않고 쓰며 영리한 말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은 말, 모든 것을 환히 밝히는 말, 세상이 깜짝 놀랄 말, 그래서 진실을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문을 여는 그런 말, 이 악몽을 되돌릴 주술 같은 말을 찾기 위해서 말이에요."
"잠에서 깨자 나는 생각했어요. 오, 이것이 바로 정의구나."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만의 신체적, 감정적, 심리적 고유성을 지니고 태어났으며 그것은 자신과 공동체 모두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 저마다의 감정적, 신체적 특성에 맞추어 서로를 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리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였다."
"이 책은 내 지난 45년 인생을 담은 책이에요."
동그란 지구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외면하고 싶을 만큼 끔찍하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직접 그 현장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진정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비록 작은 힘이라도, 그것을 아주 잘 알고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더라도,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치유는 진정한 온기를 가진 자만이 도울 수 있다. 참혹한 일을 겪은 사람들을 보살펴 치유하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이, 함께하는 힘이 참 절실하다. 나는 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의슬픔을껴안을수밖에 #이브엔슬러 #푸른숲 #책추천 #도서추천 #책으로산책하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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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 2500년 철학자의 말들로 벼려낸 인생의 기술
하임 샤피라 지음, 정지현 옮김 / 디플롯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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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만난 서평단 도서중에 가장 많은 밑줄을 그으며 읽어내려간 책이 아닐까 싶다. (밑줄을 세어보지 않았지만) 그리고 이야기 사이사이에도 웃는 얼굴을 얼마나 많이 그려 넣었던가!(웃는 얼굴도 세어보지 않았지만) 이야기는 쏙쏙 들어와 마음에 씨앗들을 뿌려놓았다. 또는 활짝 열어놓은 마음의 창문에 흘러들어온 상쾌한 바람처럼. 또는 메마른 땅을 촉촉히 적시는 단비처럼. 또는 삶을 지탱하는 끼니처럼. 이번 읽기는 밑줄 옆으로 별도 그려 넣었다. 이것은 일치이며 듣고 싶었던 말과 가장 가깝고 또 필요한 것이다. 많은 밑줄 사이에서 나에게 양분이 되어주며, 해답이 되어주며, 삶의 다짐이 되는 글을 옮겨보겠다.
"지혜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 무엇을 아는지 아는 것, 인생이라는 학교에 성실히 참여하는 것, 일상적인 행동과 관련된 문제에 올바른 판단력을 기르고 적절한 목표와 수단을 선택하는 것, 살면서 지식과 경험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주어진 하루를 더 뜻깊게 보내는 것, •••, '선'과 '악'을 구분할 줄 알지만 옳음에 '집착'하거나 타인에게 도덕성을 설교하지 않는 것,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연민을 가지는 것, 고통이 항상 행복의 반대가 아님을 알고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지만 생각만큼 불행하지도 않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바보들과 논쟁하지 않는 것,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굴지 않되(그건 바보 같으니까) 지나간 모든 날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거짓 겸손을 피해 겸손할 줄 아는 것, 밤하늘의 별은 물론 흔한 꽃 한 송이, 나비 한 마리에도 감탄할 줄 아는 것, 죽는 날까지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많음을 아는 것, •••, 삶의 의미를 찾는 것, 의미를 찾지 못했어도 잘 살아가는 것. 간단히 말해서, 알맞게 사는 것." -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하임 샤피라
2024년 4월의 봄 끝자락이었던 오후에 발걸음한 너는 내게 참 고마운 선물이었다. 책을 덮고 품에 끌어안았지. 나의 숨소리, 호흡을 들려주고 싶었어. 반가워 그리고 고마워! 😌💖

#철학이있다면무너지지않는다 #하임샤피라 #5월7일정식출간 #책추천 #도서추천 #인생교훈 #철학 #디플롯 @dplotpress #고맙습니다 #덕분에좋은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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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시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3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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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서동시집', 제법 도톰한 책의 무게가 느껴지는 종이봉투를 열어보는 순간의 설렘이 좋았다. 책을 마주하자 제일 먼저 시선이 가는 건 괴테의 초상화였다. 275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 남긴 이야기가 세대를 걸쳐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수고를 거쳐 왔는지, 책의 냄새를 맡으며 상상해 보았다. 얼마 전 다시 시작한 시필사. 다섯 계절을 보내고서야 또 다시금 든 마음인데,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골라 노트에 옮겨 적고는 문장을 여러 차례 곱씹어 본다. 나름의 힐링법인데 사람이 남긴 글에서 온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서동시집'에서는 '눈앞에 나타난 과거'와 '한계 없음' 두 편의 시를 옮겨 적었다. 이 시에서는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말과 시인의 시는 가슴에서 사랑스럽게 흘러나오는 노래, 스스로를 쏟아붓는 선량한 마음이라는 말을 주워 담았다.
어느 대목에서는 괴테가 좋아하는 향기를 상상해 보았다. 향의 지속시간을 늘리는 고정제로 쓰였다는 향유 고래의 배설물 용연향과 장미 기름보다도 향기롭다는 말에서. 맡아본 적 없는 용연향에서는 어떤 향기가 날까? 괴테는 그것에서 무슨 향을 맡았을까? 어떤 이는 은은한 흙냄새 같다고, 또 어떤 이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바람에 실려오는 흙 내음과 장미 향기로 생각을 모아보면 좋을까.. 피식 웃음이. 자, 상상의 걸음은 여기까지!

하지만 촛불들을 보라,
그것들은 사위어 가면서 빛을 발하지 않는가.

기억보다는 현재를
어서 즐겁게 택하라.

삶의 잡동사니 속에서 그대는 어떻게
이런 부싯돌을 구했는가?

누가 세상으로부터 그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도 그것을 얻고자
아쉬워하고 꿈꾸고, 뒤도 돌아보고 곁눈질도 하며
허송세월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노고, 그들의 선한 의지는
재빨리 지나가는 인생을 절름발이 걸음으로 쫓아갈 뿐.
그대가 여러 해 전에 필요했던 것을
세상은 오늘에야 주지 않는가.

바다는 끊임없이 밀려오지만,
육지는 그것을 결코 담아내지 못한다.

내 마음은 시시각각 왜 이리 불안한가?
인생은 짧은데 하루하루는 길다.
내 마음 언제나 저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 하네.
하늘을 향한 그리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음은 자꾸만 멀리 저 멀리로 가려 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달아나려 한다.

삶은 소용돌이치며 이것저것 휩쓸어 가지만,
마음은 언제나 한곳에 매달려 있으려 한다.
무엇을 바랐든, 무엇을 잃었든,
마음이란 결국 스스로 택한 바보일 뿐.

길은 시작되었으니, 그 여행을 마치도록 하라.
근심도 걱정도 운명을 바꾸지는 못하지.
그대를 내동댕이쳐 영원히 균형을 잃게 할 뿐.

시간은 나의 재산, 나의 경작지는 시간.

누구든 거침없이 행세해도 좋지만
그래도 자기가 아는 한도 내에서만 그래야겠지.

스스로 존엄을 지키려면
참으로 억세어야 한다.

억지 부리는 자에게는
단 한 순간도 말려들지 말라.
무지한 자와 다투면
현자라도 무지에 떨어지고 마니까.

그대는 내게 주변을 두루 보여 달라고 하는데,
우선은 그대가 지붕 위로 일단 올라와야 하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
앞으로 닥쳐올 일도, 이미 지나간 일도
한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지는 않아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어떤 삶도 헤쳐 나갈 수 있대요.
다만 지금 상태로 그대로 머물면,
모든 걸 잃게 된대요."
(큰따옴표의 시를 쓴 사람은 마리아네 폰 빌레머)

그 말씀 잘 새겨들은 예수의 제자들은
각자가 써 내려갔어, 저마다 마음 간직한 대로
하나씩 하나씩, 하지만 그것들은 서로 달랐지.

강물이 방해 없이 부드럽게 흐르게 하려면
부지런히 도랑을 파 주어라.

그리하여 취한 자는 흥얼거리며 비틀비틀 걸어가고,
적당히 마신 자는 노래 부르며 흥겨워하리라.

하지만 우린 생각했죠, 영원한 삶 속에서는
모든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예요.

때로는 우울해지고 때로는 변덕 부리기도 해요.
그래요, 때로는 이 핑계 저 핑계 대기도 하죠.
그러면 모두들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끼고,
또 으레 그런 거지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도 기운 나고 명랑해진답니다.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는
그대들 마음 깊은 곳에서 물어봐야 하리.

바람이 불어와 그것을 날려 버려도
그 기운만은 지구 중심에 이르기까지
꿋꿋이 남아 있으라.

시는 7쪽부터 시작해서 236쪽에 끝나고, 그다음은 '서동시집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주석과 해설'이다. 지나온 한 권의 시집, 그중에 위의 옮겨 적은 시들을 곱씹어 보는 건 취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유효기한이 짧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충분히 울리는 소리이므로. 마음에 내려앉은 말이 좋아서 힘과 다짐이 되는 소리를 섭취한다.
'모든 것엔 때가 있기 마련!'이라는 격언을 빌려 사람이 침묵해야 할 때도 있고 발언해야 할 때도 있는데 괴테는 "젊은 시절엔 행동하고 영향을 미쳐야 마땅하고, 나이 들어서는 관찰하고 전달하는 것이 어울리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발언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신경이 쓰였던 건지 "자기가 가져온 물건들을 보기 좋게 펼쳐 놓고는 이런저런 방식으로 마음을 끌기 위해 애를 쓴다. 그렇게 선전하고,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고, 심지어 찬양의 언사를 늘어놓더라도 사람들은 그를 나쁘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웃음이 방긋! :) 그렇게 괴테의 해설서는 237쪽부터 470쪽까지, 어쩌면 이 해설서는 대화처럼 술술 써 내려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준 을유문화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입구에 걸어둔 사진에 마음이 방긋, 따사로운 햇살은 꽃나무에 내려앉았고 그 장면을 보는 나에게도 내려앉았다. 1945년 12월 1일에 창립했다는 을유문화사, 79년 세월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겠지? 을유문화사를 소개하는 글과 지나온 발자취를 가만히 보았다.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지만 어떤 이들은 자신 안의 열정을 활짝 펼쳐 보이고, 어떤 이들은 그 열정에 모여든다. 그 열정에 모여드는 한 사람으로 감사를 전한다. 덕분에 좋은 시간이었다고.

#서동시집 #요한볼프강폰괴테 #세계문학 #세계문학추천 #시집추천 #고전문학 #도서협찬 #도서제공 #을유문화사 #책으로산책하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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