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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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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4월의 주말 오후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김미리, 귀찮 작가의 서간문 에세이가 내 품에 도착했다. 어느 아침이었는지, 어느 밤이었는지 나에게 닿은 이야기에 호기심이 일어 똑똑 문을 두드렸다. 두 자연 생활자의 계절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그들이 만난 계절은 어떨까? 내가 살아온 계절과 포개어지는 부분이 있을까 하고. 그렇게 두근거리는 기다림이 시작되었고 강원도 횡성으로 캠핑 여행 중이던 날, 조용한 산골 동네의 풍경에 빠져있다가 무심코 열어본 메일함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이야기는 충남 금산에 자리한 김미리 작가님의 수풀집과 경북 문경에 자리한 귀찮 작가님의 집업실에서 오고 간 편지글이다. 보다 깊숙한 자연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삶을, 개인적인 고민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로 하는 고민들이기도 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그곳의 자연을, 두 작가님의 캐릭터 그림도 함께 보는 시간이 좋았다. 토실토실 살을 찌운 완두콩에 햇살을 들이고, 바람을 들이고, 비를 들이고, 그늘을 들이고, 아침을 들이고, 밤을 들이고, 물을 드리고, 정성을 들이고.. 완두콩 하나에도 들인 것이 이처럼 많다는 것에 벅차오르는 마음이었다. 한껏 껴안아서 알알이 탐스러운 완두콩이 되기까지 참 대견하고 예뻤다.
논의 여린 벼들 일주일 뒤면 6월이 가고 7월의 시작, 여린 벼들도 이제야 논바닥에 자리를 잡고 자라기 시작하니 상반기를 훌훌 보낸 방황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시작할 준비를 하는 이 시기가 꼭 늦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에 '그래, 우리가 맞이하는 1년 열두 달 한 해의 시간표는 저마다 다르지. 삶에 있는 한 늦은 건 없다. 언제가 되었든 마음가짐이 비로소 발현하는 시작이 있을 뿐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두 작가님의 편지글을 엿보다가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실천하게 된 하나가 있다. 오늘로 6일째를 맞이했는데 나는 이것을 '불완전한 채식주의'로 칭한다. 내가 먹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아픔이란 것은 알았지만 '다 그러고 살지 않은가?'라는 생각으로 그냥 눈을 감았었다. 완전한 비건은 약속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육고기는 먹지 않겠다는 것. 다만 몇 가지, 우유와 치즈, 생선, 달걀, 빵, 라면, 조미료는 예외로 두기로 했다.
읽다가 자꾸만 나만의 이야기로 빠진다. 다시 한번 돌아보는 추억을, 징검다리 인연으로 이어지는 생각에 빠지는 것을, 그렇게 한껏 마음을 펼쳐주는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진정 책으로 산책하는 시간, 책 산책길을 만끽했다.
아마도 '광대나물'은 잊을 수 없겠다. 김미리 작가님을 반잡초파로 전향시킨 주인공이자 작가님의 보랏빛 고통이었다는 '광대나물'이 걷게 한 길을 더듬어보며 인생은 마음이 동한 곳을 총총 건너가는 '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대나물 이야기를 만나고 얼마 후 큰아이와 산책길에 만났는데, 작디작은 광대나물 꽃은 찬찬히 보아야 한다. 그래야 생김새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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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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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하고 조용히 남은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샐리 페이지의 장편소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를 품에 안고 반지하고 내려왔다. 조용한 반면 이제 막 접어든 4월의 밤이 쌀쌀해 온풍기를 켜두고 초에도 불을 밝혔다. 물을 데워 설탕 프림 커피의 달콤함을 곁에 두고는 흐뭇한 마음이 되어 '그래서 재니스, 유언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참인대?'하고 바짝 붙어서 귀 기울였다.

마침내 이야기의 마지막 마침표까지 닿았고, 이다음은 언제나 그렇듯 나의 생각 안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렇게 더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는 것이다.

재니스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들에 나도 유심해지는데 오늘은 이 글에서 잠시 멈추었다.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살면서 좋았던 일을 공유할 뿐 아니라 화자의 나쁜 기억을 내보내는 기능, 바람에 먼지가 흩날리듯 나쁜 기억을 흩어지게 하는 기능도 있는 걸까?"

"부정적인 감정을 살펴보는 건 훨씬 더 힘들다. 그래도 꺼내서 살펴봐야 한다. 우선 가장 쉬운 것부터 선택한다."

정말 그렇다고, 그렇게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돌보고 치유해나간다고,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의 이야기들은 실화거나 사실에 근거했다고 샐리 페이지 작가는 말한다. 지난 1년 동안 재니스처럼 이야기를 수집했으며, 이야기를 들려준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 소설의 내용만으로도 이미 애틋한데 이 이야기의 주인들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니 더 친근해진다. 3월의 봄날, 서평단 모집 글을 보고는 호기심이 일어 문을 두드렸고 운이 좋게 만난 책의 인연에 감사하다. 소설은 참으로 오랜만인데 좋은 이야기를 만났다. 이것을 계기로 도서관 소설 칸을 둘러보게 될 것 같다.


몇 가지 포인트를 덧붙인다면, 한 해 동안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국민 소설로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신인 데뷔작이다. 이 소설은 이야기를 수집하는 청소 도우미 재니스가 사람들의 삶을 홀로 조용히, 나름의 규칙을 정해놓고 수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면서 재니스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생각하고 갈등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정이 담긴 이야기이기도 하다. 재니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하는 힐링 소설이자 인생 소설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이야기를 갖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훗날 되돌아보며 자랑스럽게 여길 일을 한 가지 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는 일."


'언제 이 책을 읽으면 좋을지, 어떤 책이 생각났는지'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나는 집안일을 하고 난 후 주방 식탁 의자에 앉아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누리는 시간에, 해가 기울고 가족들이 하나 둘 귀가하면 잠시 덮어두고 저녁식사를 하고 난 후 비로소 온전한 나만의 시간에 읽었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를 읽으면서 캐스린 스토킷의 장편소설 『헬프 The Help』가 생각났다.


이 밤, 핫초콜릿이 간절하다. 재니스가 B 부인 로지에게 종종 타주던 핫초콜릿, 따뜻한 코코아가 너무 마시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잘 자리니, 내일 마시는 게 좋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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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에도 깔깔 - 모든 것이 눈부셨던 그때, 거기, 우리들의 이야기
김송은 지음 / 꽃피는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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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 동시에 나의 어린 시절도 나란히 함께 가지." 내가 국민학교에 입학한 해는 1985년도. 학교 앞 문방구 풍경은 작가님 말씀 따라 정말 그랬다. 내 생애 첫 떡볶이도 학교 앞 문방구였지." 비닐 씌운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주는 떡볶이 가격은 오십 원. 연탄불에 구워주는 쫀디기, 꾀돌이 과자 자판기에는 십 원을 넣고 돌려서 쏟아지는 과자를 한 손으로 받아먹곤 했지. 딱딱하지만 씹으면 카라멜이 되는 돌사탕도 있었고, 십리사탕도 생각나네.. 동그란 종이 딱지랑 종이 인형 놀이는 30원, 50원, 100원이었는데 어쩌다 큰맘 먹고 백 원짜리 종이 인형을 산 적도 있었는데 정말정말 기뻤지! 그립다.. 그 시절 동무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안방 한 귀퉁이에 독서실 책상 하나를 가져다 놓았다는 작가님. 나도 독서실 책상 하나를 거실 한쪽에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리저리 검색만 하고는 결국 들여놓지 않았다는 것.. 2024년 9월 24일 화요일, '가랑잎에도 깔깔' 이야기가 내 품에 왔다. 서평단에 응모했고, 어느 날 선물처럼 집 앞으로 도착해 두근두근 설레며 열어본 이야기. 책날개 글을 읽다가 마음에 든 문장을 속표지에 옮겨 적고는 무엇을 끌어올리게 될까 기대했지." 이야기를 만나며 덩달아 떠오를 나의 오랜 추억 속에서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을 만나게 될 거라고.
"···기쁨이든, 슬픔이든 대충은 없었다. ···제일 어려운 대상은 늘 나였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은밀한 위로, 고요한 격려가 필요할 때, 내 마음은 종종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기억은 위대한 치유력을 지녔다. ···다르지만 닮은 기억을 소환하고, 그 기억이 부디 작은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들려주는 이야기에 기울이며 '다르지만 닮은 기억을 소환'했고 '그 기억이 위로가' 되었다. 나의 유년 시절을 차곡차곡 끌어올리며 지금의 나와 오랜 추억 속의 내가 나란히 숨을 쉬었다. 그때도 지금도 모두 나이지만 빛바랜 사진첩을 열어본 것처럼, 다시 오지 않고 또 갈 수도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으로 애틋해졌다. 그러다가 다짐으로 이어지며 '지나온 세월에도 그랬지만 살고 있는 시간이 늘 애틋했다. 차곡차곡 쌓이는 추억만큼 그리움도 쌓이는데.. 앞으로의 시간은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그러니 너무 아파하지 말고, 내가 머무는 시간을 꼭 끌어안고 살아가자!' 하고..

#가랑잎에도깔깔 #김송은에세이 #꽃피는책 #반품도서서평단 #에세이추천 #추천도서 #학창시절이야기 #그리움 #책으로산책하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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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세트 - 전2권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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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드디어 내 품에 도착한 「사바삼사라 서」오랜만에 만나는 판타지 소설이라 두근두근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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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워크 저널 -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카일라 샤힌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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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평범한 경험 중 하나'라는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지난 5년 세월이 흐르고 6년째 마주하는 '5년 후 나에게'와 오늘로 꼭 592일째 '하루 5분 아침 일기'를 기록했던 시간들이 나를 발견하는 일이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벗어나기도 했지만, 그 시간의 내 감정을 기록하면서, 도무지 감사할 거리를 찾고 싶지 않았던 날들엔 육체가 온전히 제 기능하는 것을 감사로 적어 넣었다. 감사하다, 고맙게 여기니 나의 삶이 감사하고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섀도 워크 저널'에서 풀어나갈 나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일.. 좀 긴장되지만 나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꼭꼭 억눌렀던 나를 마주하는 일이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약간의 설렘도 있다.

"그림자를 탐구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불편하거나 불안해질 수도 있고 그런 반응 모두 자연스럽고 필요하다."
"그림자 탐구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과 깨달음을 기록해보자. 또 왕성하게 활약하던 내 그림자가 어떤 변화와 성장을 겪는지도 추적해보자."
"그림자 탐구는 각자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속도와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림자를 통합하는 과정은 연금술과 닮았다. 상처는 지혜로, 두려움은 용기로, 한계는 무한한 잠재력으로 바꾸는 내적 변화가 바로 그림자 통합이다."

'상처는 지혜로, 두려움은 용기로, 한계는 무한한 잠재력으로 바꾸는 내적 변화'라는 문장이 마음에 든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만나고 있는 모든 것들은 힘든 삶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인데, 깨달음과 삶의 용기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한 걸음 한 걸음 내 안을 환하게 밝히고 싶다. 어떤 질문은 나의 20대, 30대에서 마주했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다.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섀도 워크 저널'에 기대어 떠오르는 생각을, 마음 안에 일어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시간이었다. 어느 순간의 시간으로 달려가 오래도록 그 시간에 빠져 들었다. 그때의 어린 나를, 중년의 내가 가만히 보면서 새삼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섀도워크저널 #카밀라샤힌 #푸른숲 #불렛저널 #셀프저널 #내면셀프케어 #힘은내안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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