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 삶의 관점을 바꾸는 22가지 시선
김경훈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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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들지 못하는 어느 밤이었다. 머리맡에 놓아둔 핸드폰을 자꾸만 끌어다 집으며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내 귀에만 들릴 만큼 소리를 줄이고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가, 끝없이 줄 서 있는 사진과 영상들이 담긴 인스타그램을 넘겨보다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왔다.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사서 읽었더라면 손쉽지만 끝까지 읽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의 책장엔 그런 책들이 수두룩하게 자리를 차지하며 '언젠가'를 기약한 책들이 빽빽하다. 더 이상 늘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책에 대한 어떤 욕심 같은 것이 있다. 읽고 싶다는 동기에 지켜야 할 약속까지 전제된다면 어떻게든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그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게 된다.

서평단에 응모했고, 어느 날 선물처럼 메시지가 도착했고, 생각보다 한참 뒤에야 책이 도착했다. 그날부터 14일간 곁에 두고 틈틈이 읽었다. '이 책을 덮고 난 후에 내게는 무엇이 남게 될까..'라는 호기심을 진 채로.

오늘 오전, 책을 덮고 난 후 떠오른 마음은 '스스로의 연민에서 벗어나자. 나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마음과의 고통스런 힘 대결을 그만두고, 그로써 깨달은 것들을 느끼게 되었음을 감사하고 인생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천천히 걸어가자!'하고 다짐했다. 내가 경험해 볼 수 없는, 김경훈 기자님의 삶의 시간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본보기가 되어주고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몇 문장을 옮겨왔다.


"사진기자 일을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제가 하는 일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일, 그리고 사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 말입니다."

"인생은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결국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일들이 쌓여 삶이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사진의 고유한 특성중 하나인 '사진의 모호성' 때문입니다. 사진은 사진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고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보는 사람 개개인의 생각과 감정, 배경지식 그리고 그 사진을 보는 일들이 살고 있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같은 사진이 다른 방식과 내용으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지요."

"그 '힘'을 가진 피사체를 찾아야 합니다. 사진을 발견의 미학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 경험을 놓고 보면 사진을 잘 찍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사진기자가 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 사고, 즉 뉴스 속에서 '사람의 얼굴'을 찾아 사진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가짜 뉴스에 속고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가짜 뉴스를 퍼나르며 정치적 갈라치기에 일조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분별력과 이성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사진의 내용에 대한 옳고 그럼의 판단 기준이 시대에 따라 급변하고, 사진이 적용되는 정치적 올바른(Political Correctness, PC)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상징적인 시각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보도사진의 속성상, 저는 사진을 찍기 전에 지금 이 사진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한 문장으로 머릿속에 정리합니다."

"사회의 면면을 들여다볼 때 여러분은 한쪽 눈을 감지는 않나요? 보고 싶은 곳만 바라보지는 않나요? 인종, 민족, 언어, 종교, 성에 관한 편견을 버리려면 두 눈을 번쩍 떠야 합니다."

"언제나 공정하고 정확하게 뉴스를 전달하는 저널리즘의 영역.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사진을 찍어야 하는 사진 미학의 영역.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두 발을 양쪽에 균형 있게 서 있는 것이 이상적인 보도사진이라 생각합니다."

"사진은 우리를 어느 시절로 연결하고, 또 사진 속 인물들에게로 연결합니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에 정지된 장면이 기록됩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그 순간의 이야기가 저장됩니다. 이야기는 때로 기나긴 촉수를 뻗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켜 줍니다."

"아픔을 겪어 슬퍼하는 사람을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 감정에 이입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현장에서 마주한 끔찍한 모습이 뇌리에 박혀 오랫동안 괴롭기도 합니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록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슬픔에 공감하고 아파하는 것도 꼭 필요하지만, 사진기자로서 또다시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문제점을 짚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만방에 알리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할 때 목표를 '좋은 사진을 찍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있는 사진을 찍자'가 아닌 '실수하지 말자'로 바꾸었습니다. 혹시라도 사진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면 사진 속의 그들에게는 생각지 못한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사진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키스와 같은 사진이 되어있기를 바랍니다. 사실 사진을 통해 사람들이 한 번 더 사진이 보여주는 문제를 고민하고, 사진 속 인물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요."

"살아남은 자들은 지치고 힘든 눈빛이었고, 수습된 시신에서 가족과 친지를 발견하면 오열을 터트렸지만, 그럼에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내일을 위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 달 가까이 그곳에 머물며 세상에 회복할 수 없는 절망은 없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며칠 만에 뜨거운 목 넘김을 느끼게 해준 그 커피는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만들어준 삶의 증거물이자 저 역시 그들과 함께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 귀중한 음료였습니다."

"세상에 끝없는 절망은 없다는 것, 목숨이 붙어 있다면 어떤 환경에서도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취재 현장, 사진으로 담은 시간의 이야기에 울고 웃었다. 가슴 아픈 이야기에 슬피 울다가 이야기의 끝은 희망에 대한 감동의 눈물이었다. 사진이 가진 힘, 한 장 사진으로 우리 사회에 작은 변화를 만들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을 목격한 눈물이었다.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와 함께 했던 소감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39쪽 '발신하는 감정'이 아니라 '발산하는 감정'이 오타가 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110쪽 의지의 승리 영문 제목 뒤로 ')' 괄호 닫기를 해야 한다.


작가님께서 감정의 발산이 아닌 '발신(發信)'의 의미로 쓴 것이라고 연락을 주셨다. 본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는 타인 앞에서 베일로 얼굴을 가리듯 솔직한 감정을 감출 때가 많습니다. 따라서 내 눈에 보이는 타인의 감정은 어쩌면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일 뿐 타인이 정말로 발신하는 감정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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