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초월론적 경험론 프리즘 총서 23
안 소바냐르그 지음, 성기현 옮김 / 그린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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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는 그 자체로 난해성의 상징이다. <차이와 반복>은 '반복이 차이를 낳는다'라는 놀라운 사실을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책인데, 그 안에서 하는 말들은 더 복잡다단하다. 문장도 상당히 꼬여 있는데 해석하며 읽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왜 쉬운 해설서를 읽지 않나? 왜 더 풀어서 쓴 글이 나오지 않나? 하고 묻는다면 우문일 것이다. 왜냐하면 들뢰즈의 사유는 그가 써낸 방식(문체)으로 써야 정확한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사실 말하려던 의도도 변질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비단 들뢰즈만 그런 것은 아닌데, 들뢰즈는 특히 더 그렇다고 강조할 수 있다.

안 소바냐르그는 그러한 측면에서 들뢰즈를 깊이 있게 잘 이해하고 있다. 그의 독법은 들뢰즈가 가진 특유의 개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들뢰즈의 방식을 거의 '들뢰즈-되기'에 가깝게 구현함으로써 들뢰즈를 이해한다. 외부의 이해는 어떠한 오해를 전제로 하고 또 산물로 얻곤 하지만, 이 경우 설령 오해라 해도 차라리 유의미한 오해이다. 연구자로서의 엄정한 자세를 올곧게 유지하는 가운데 연구대상을 객관적으로 묘파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들뢰즈의 고집도 대단하고 그걸 그대로 받아낸 소바냐르그의 고집도 대단하다.

참고로 '초월론적(transcendantal)'이라는 말은 '선험적'이라고도 번역되고, '초월적'이라고도 번역된다. 번역을 맡은 성기현 선생님이 굳이 초월'론'적이라고 옮기신 이유는, 아마도 초월적이라 해도 여기서는 하나의 이론(théorie)적인 틀로서 쓰였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추측에 불과하지만 좋은 독법에 기반한 번역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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