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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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환대는 (사람다운) 사람에게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답지 않은, 사람 미만의, 사람으로서 실격된 존재를 향해 열리는 것이다. 그것은 환대가 친구, 연인, 가족에게, 혹은 그에 근접하거나 그와 유사한 존재를 향해 행해지는 손쉬운 동일화가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우리 마음속에 편한 대상을 반기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명한 행위를 두고 환대라고 여겨온 것은 아주 오래된 착각 또는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이 착각은 너무나 사실적이라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르시시즘의 사고에 빠져들게 만든다. 요컨대, 우리 자신이 받아들일 만한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환대라고 혼동하면서 자기 자신이 관대하게 열려 있는, 준비된 연대의 이행자라고 스스로 도취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다른, 우리 자신이 용납하기 어려운, 우리 스스로 볼 때 절대악처럼 보이는 어떤 타자들을 영원토록 경멸하고 혐오하는 모종의 당연한, 환대를 하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다.

이 책은 그 지점을 드러내 보이면서, 우리로 하여금 진짜 환대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 그 방법은 우리와 결코 하나 되거나 같아질 수 없는 타자를 대상화하지 않으면서, 또한 동시에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종류의 존재태를 진정 그 자체로 아우를 수 있게끔 하는 진정한 '사람'으로서의 바라봄을 가능케 한다. 마음/영혼/내면이라는 비장소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장소 속에 우리를 현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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